강승남 사회부차장대우

로또(Lotto)는 '행운'이라는 의미의 이탈리아 말이다. 1530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공공사업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번호 추첨식 복권을 발매한 게 로또의 시초가 됐다.

더 멀게는 기원전 100년쯤 중국 진나라에서 복권게임으로 마련된 기금이 만리장성 건립에 일부 활용됐다는 말도 있다.

우리나라 복권의 역사는 조선 후기 민간협동체인 산통계(算筒契)에서 각 계원의 이름이나 번호를 표시한 알을 통 속에 넣고 흔들어, 알이 빠진 사람에게 많은 할증금을 준 데서 찾을 수 있다.

근대 들어 우리나라 최초의 복권은 1947년 대한올림픽위원회가 발행한 올림픽 후원권이었다.

제16회 런던 올림픽 참가경비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액면가 100원으로 140만장이 발행됐고, 1등 당첨금은 100만원이었다. 당시 쌀 한 가마 가격이 8300원 정도였다.

정기복권은 1969년 처음 나왔다. 한국주택은행이 발행한 주택복권으로, 1등 당첨금은 300만원이었다.

우리나라에 로또가 처음 등장한 것은 2002년 12월이다. 열풍을 넘어 광풍이었다. 이듬해 4월 19회차 407억원이 지금까지 최고 1등 당첨금액이다. 과열을 우려한 정부가 로또 1장 판매금액을 2000원에서 1000원으로 내렸다.

지난해 로또복권 판매량은 전년보다 9% 증가한 35억5000여 게임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판매액(3조5500여억원)도 2003년(3조8031억원)에 이어 두 번째지만, 당시는 로또 한게임 가격이 2000원이던 시절이다.

심리학자이자 행동경제학의 창시자인 대니얼 카너먼 교수(프린스턴대)는 '주어진 상황에서 전체적인 가능성을 무시하는 경향'을 '기준율 무시'(ignoring the base rate)라고 표현했다. 그 전형적인 사례가 로또복권 구입이다. 로또를 사는 사람들은 당첨 확률이 극히 낮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면서도 그런 기준율을 쉽게 무시한다는 것이다.

45개의 숫자 가운데 6개를 맞히는 우리나라의 로또는 1등 당첨 확률이 814만분의1이다. 로또 1등 당첨이 이렇게 어려운데도 구입하는 사람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아무래도 불황기에 돈벌이가 시원찮거나 미래의 불확실성 탓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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