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보 제주특별자치도 환경보전국장

환경전문가들은 "쓰레기문제는 늘상 해결책이 없어서 쓰레기 같다"라며 최상의 쓰레기 정책을 만들기 어렵다고 얘기를 하곤 한다. 반면, 환경단체에서는 독일의 "프라이부르크시처럼 재활용률이 70%가 넘는 깨끗한 도시들의 성공은 그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라며 반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행정에서는 "행정의 노력과 더불어 시민의식도 선진국 수준만큼 뒷받침 돼주길 바라고 있다. 클린하우스를 보면 쓰레기를 올바르게 분리배출을 하는 분들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주민들도 있다"라며 현장에서의 고충을 토로한다. 즉, 쓰레기문제는 좋은 정책의 시행과 행정의 노력 그리고 주민의 협조 등이 조화를 이룰 때 순조롭게 해결될 수 있다. 

최근 제주에서는 쓰레기 처리와 관련해 많은 의견과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제주의 폐기물관리 행정에 있어 쓰레기 정책과 관련해 도민 개개인의 생각이 표출되고 이정도로 큰 관심을 받기는 처음이다. 종량제봉투, 음식물 쓰레기 분리배출, 심지어 클린하우스 도입 시에도 이렇게까지 관심을 받지는 않았다. 지금까지의 도민의견 수렴과 도의회 동의를 거치면서 확정된 폐기물관리조례에 근거해 시행된 '시간별, 요일별 배출제'가 시범시행된지 2개월이 되어 간다.

도민들의 직접적인 얘기들이 제주도청 홈페이지, '자치도에 바란다' 등에 실시간으로 개진되고 있다. 제도 시행 초기에는 매주 100여건이, 지금도 매주 10여건의 의견과 불만이 개진되고 있다. 이러한 수치는 '시간별, 요일별 배출제'에 대한 도민들의 관심이 매우 높음을 증명해준다.

제주도의 폐기물 정책실무를 총괄하는 국장으로서 도민들의 불편한 사항들을 당장 개선해드리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선택의 폭이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폐기물의 정책은 배출·수집·운반 및 처리와 자원화 및 에너지화 등 복합적인 면들이 상호 긴밀히 연결돼 있다. 이러한 복합적인 과정과 단계가 유기적으로 잘 연계가 돼야 한다. 하지만, 제주도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우선 무분별한 혼합배출이 이뤄져 왔으며, 청소차량과 인력 부족으로 제 때에 수거가 이뤄지지 않고, 이미 완공됐어야 하는 매립장과 소각장 등 환경기초시설의 미비로 처리난이 발생하고, 섬 지역 특성상 재활용산업의 낙후 등의 어려움으로 제주는 현재 쓰레기처리 난국에 처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책임소지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필자도 공무원으로서 환경업무를 20여년 해오면서 쓰레기 문제에 제대로 대비를 하지 못했다고 생각되기에, 도민들 앞에 당당히 서기가 부끄럽다. 이 글을 쓰는 것도 고민을 많이 했지만, 도민에 대한 믿음과 간곡히 부탁드리는 마음을 전하고자 이 글을 쓴다. 제주도는 작금의 쓰레기 문제를 극복하고 더 발전해 나아가야 하고 또 그래야만 한다. 도민에게는 충분히 그럴만한 능력과 힘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함께 힘을 모아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바꿔주길 감히 요청하는 바이다. '요일별, 시간별 배출제'가 과거의 배출방식보다 많이 불편하고, 충분한 공감 없이 시행돼 주민불편도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행정의 부족한 점에 대해서 송구스러운 동시에 감사드린다. '그래도 행정을 믿고 해보자'라며 동참해주시는 도민들이 있기에 지금의 위기를 극복해나갈 수 있으리라 확신을 갖고 있다.

지난해 해녀문화가 도민의 힘으로 UNESCO 무형유산으로 등재됐다. 도내·외의 많은 사람들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우리 도민은 과거에도 그랬듯이, 또다시 어려워 보였던 일을 해내고 말았다. '요일별, 시간별 배출제'도 행정과 도민이 힘을 모아 현명한 방향으로 정착시켜 나갈 것이다. 쓰레기 문제의 개선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제주가 선진 자원순환형 사회로 발전하는 데에 꼭 성공하리가 확신한다. 그 이유는 위대하고 현명한 제주도민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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