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내 대학들의 방학중 공동화 현상이 두드러진 가운데 9일 제주대 도서관에서도 예년과 달리 몇몇 학생들만이 텅빈 열람실을 지키고 있다.<부현일 기자>
돈 한푼 없지만 배낭 하나 짊어지고 ‘젊음’이라는 패기를 무기 삼아 떠나는 배낭여행. 대학생이라면 방학때마다 한번쯤은 도전해 보고 싶어하는 희망사항 중 하나다.

낭만적인 그 시절 그 풍경을 되살리기라도 하는 것일까? 방학을 맞은 대학가에 사람이 없다.

어쩌면 당연한 명제인지 모른다. 하지만 취업이 코앞에 닥친 시기인만큼 대학생들에게는 가장 어울리지 않는 얘기 가운데 하나다.

지역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취업을 하기위해 도서관을 비롯한 대학 내에 사람이 북적거려야 할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사람이 없는 등 지금 대학가에 아이러니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사람찾기, ‘하늘의 별 따기’
제주대 중앙도서관은 물론이고 각 단과대학별로 마련된 자격증 취득강좌들이 신청 학생이 적어 폐강돼 버리는가하면 외국어교육관에도 예년에 비해 학생들이 현저히 줄어든 실정이다.

제주대 외국어교육관의 경우 영어회화·라이팅(작문)·토익·토플·중국어·일본어 등 30여개 강좌가 개설됐지만 540여명의 지원자가 신청했을 뿐이다. 이중 재학생은 3분의 2 수준인 360여명. 900여명의 지원자 중 650명 가량이 재학생이었던 작년 동기간과 비교하면 절반에 그친 셈이다.

해마다 방학이면 학생들을 위해 자격증·외국어반을 운영하고 있는 법정대학과 해양대학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법정대는 당초 전문 자격증 취득반인 산업정보기사 자격증반 강좌를 개설하려 했지만 수강생이 적어 폐강된 상태이고, 해양대도 현재 외국어 관련 강좌를 3개 개설·운영하고 있지만 정원에 절반을 채웠을 뿐이다.

도서관 역시 취업을 앞둔 3·4학년생은 물론 1학년들도 가세해 초만원을 이루던 게 예전의 풍경이라면 최근에는 50여명의 학생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계절도 사람을 가린다
그럼 삼삼오오 짝을 지어 학내를 누비던 학생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얼마전까지만 해도 대학 내는 취업을 원하는 학생들이 일자리가 없다며 북새통을 이룰 정도였다. 여기저기 찔러봐도 취업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것이다.

하지만 대학들이 여느 해와 다른 겨울방학을 맞이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1일부터 취업정보실에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위해 접수되는 건수는 하루평균 2∼3건. 대부분 원하는 직종이 사무직이고 학기중에 비하면 많은 학생들이 관심을 보이는 편이지만 예년 5∼6건에 비하면 적은 건수다.

이와 관련, 대학의 한 관계자는 “올 겨울은 추위가 빨리 찾아와 학생들이 움직이길 꺼려하는 것도 한 원인이다”며 “고시 등 시험 준비를 위해 타 지역으로 나가는가 하면 시내에 위치한 도서관을 이용하는 학생도 많아 굳이 학교로 올라오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취업열풍
시기가 시기인만큼 매년 이맘때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인기 단어중 하나가 ‘취업’이다. 극심한 취업난과 경제난의 현실 앞에서 과연 대학생들이 찾고 있는 최선의 방책은 어떤 것들인지 궁금해지는 시점이다.

각기 상반된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지난해에 이어 또 다른 풍경이 재연된 도서관 취업열풍.

어쩌면 대학생들이 방학의 순수한 의미를 되새겨가고 있는 참모습일 수 있지만 학생을 위한 도서관에 사람이 없어 오히려 한산하기까지 하다면 다시 한번 되짚어 볼만한 일이다.

대학원 준비에 한창인 현모씨(28·제주시 삼도1동)도 “예전 같으면 도서관에 사람이 붐벼 자리다툼을 벌일 정도인데 요즘 같아선 특별한 시간 없이 아무때나 와도 한산할 정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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