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중기 10곳 중 4곳
매출 감소로 '돈맥경화'
납품대금 회수 등 비상

감귤 컨테이너, 주류 박스 등 도내 내수시장에 플라스틱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A공업사는 다가오는 설 명절이 반갑지 않다.

청탁금지법 시행과 국가적 혼란으로 초래된 극심한 소비 침체로 당장 20여명의 직원들에게 건넬 설 상여금 마련도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A공업사 대표는 "이미 여러 은행에서 자금을 융통하고 있어 이자 내기도 버거운 상황"이라며 "직원 보너스와 내달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거래처에 사정사정해 겨우 납품 대금을 당겨 받았다"고 토로했다.

제주지역 중소기업들이 고달픈 설을 맞이하고 있다.

24일 중소기업중앙회 제주지역본부가 발표한 '2017년 중소기업 설자금 수요조사'에 따르면 도내 중소기업의 39.5%가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설 명절을 보내기 위해서는 업체 당 13억1600만원이 필요하지만 부족 자금은 4억300만원으로 전체의 30.6%에 이르고 있다.

'돈맥경화'의 원인으로는 매출 감소가 60.0%를 차지했으며 △원자재 가격 상승 46.7% △판매대금 회수 지연 40.0% 등이 뒤를 이었다.

도내 중소기업 10곳 중 3곳은 금융기관을 통한 자금 융통 역시 부동산 담보 요구, 고금리 등 높아진 은행 문턱과 신규대출 부담 등의 이유로 주저하고 있다.

청탁금지법 시행과 원자재 가격 상승은 도내 1차산업 관련 중소기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산물 판매업의 경우 갈치, 옥돔 등 주요 상품의 매입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반면 설 선물세트 수요는 5만원 이하 저가 상품에만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B수산 관계자는 "장사하려면 지속적으로 원물을 구입해야 하는데 매입가는 오르고 매출은 떨어져 여의치가 않다"며 "은행문도 활짝 열려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담보물도 필요하고 제출 서류도 많아 의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고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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