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형 정치부차장

복수불반분(覆水不返盆). 한번 쏟은 물은 다시 그릇에 담을 수 없다는 의미다. 헤어진 부부가 다시 결합할 수 없음을 비유한 말이다. 이후 무엇이든지 일단 해버린 것은 다시 원상복구를 한다거나 다시 시작해볼 수 없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엎지른 물'이란 뜻이다.

주나라 무왕을 도와 은나라 주왕을 몰아내는데 큰 공을 세워 제나라 왕이 된 강태공. 그는 벼슬에 오르지 않았을 때 공부와 낚시만 하면서 가정을 돌보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이에 아내가 집을 나가버렸다. 이후 강태공이 공을 세우고 제나라 왕이 되자 강태공을 떠났던 부인이 다시 부부로 지내자고 호소했다. 강태공은 전 부인에게 물 한 동이를 길어오게 한 다음 그 물을 땅에 쏟고선 담아 보라고 했다. 전 부인이 물을 다시 담지 못하자 강태공은 "이미 엎질러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유래된 말이 복수불반분이다.

원희룡 도지사는 지난해 7월 20일 주간정책회의에서 "일부 공직자들은 관급공사 등과 관련된 업체 등이 보낸 화분·화환을 자랑으로 착각한다"며 "이를 자랑으로 인식할 정도면 이 시대가 요구하는 공직자상과 다르므로 다른 직업을 찾는 것이 낫다"고 경고하는 등 사실상 '화분 수령 금지령'을 발동했다. 하지만 지난 23일 진행된 주간 정책회의에서는 "화훼나 꽃집의 경우 청탁금지법에 해당하지 않아도 과도하게 위축된 부분을 점검해야 한다"며 "한 테이블에 꽃 화분 하나 놓기 운동 등 환경미화 및 경관 조성 등을 위해서라도 공공의 수요를 적정하게 창출해낼 수 있는 대책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원 지사가 지난해 일명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화분 금지령을 내린 지 6개월 만에 '한 테이블에 꽃 화분 하나 놓기 운동'을 거론했다. 정 반대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이는 도내 화훼 농가와 꽃집 등이 도지사 말 한마디에 타격을 입고 있다는 아우성 때문일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도지사의 말 한마디는 정책이나 다름없다. 엎질러진 물은 다시 담지 못하지만 빈 그릇에는 새로운 물을 채울 수 있을 것이다. 원 지사가 엎질러진 물을 다시 담으려고 하기보다 새로운 정책을 개발해 도민들의 행복도를 높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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