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웅 자비정사·논설위원

북송시대의 불과원오극근선사가 풍주 협산의 영천원에서 설두중현의 송고 100칙을 편찬한 [벽암옥]제48본칙에 "천일이나 궁중에 출사했어도 하루아침의 실책으로 갑자기 평민이 된다(仕官千日, 失在一朝)"는 말이 있다. 

이 말에는 두 가지의 뜻이 함의돼 있다. 하나는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평소에 아무리 청렴결백하게 공무를 수행하면서 궁중을 출입했을지라도 단 한 번의 실책으로 인해 그 이전에 쌓아온 모든 공덕이 수포로 돌아가고 단번에 패가망신하는 것을 의미한다. 

요즘 시대에 귀담아 들어둬야 할 말인 것 같다. 빨라진 대선 정국에서 후보자들은 서로 자기의 장점을 과시하는 한편, 또 상대방의 결점을 들춰내는데 혈안이 돼 있다. 

자기의 장점을 남들에게 알리는 것은 문제가 될 것이 없겠지만 상대방의 흠을 들춰내는 것은 결코 미덕으로만 볼 수 없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후보자 자신들이 남들에게 흠 잡힐 짓을 평상시 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없다고 말하면서 자기의 비리를 합리화하려고 하거나 자기의 잘못을 가리고 모든 허물을 남의 탓으로 돌리려고 하는 사람은 공직자로서의 자격이 없을 뿐만 아니라 절대 자기발전은 없는 것이다. 

또 하나는 실제적인 생활의 측면에서 해석하면, 평소에 항상 한 순간 한 순간 자기 자신을 반조(返照)하면서 잠시라도 방심해서는 안 된다는 뜻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는 말이다. 

하나를 무시함으로 인해 열을 놓치는 경우도 있고 사소한 일을 등한시함으로 인하여 대형 사고를 유발시키는 경우도 허다하다. 

하나 없는 열이 있을 수 없고 작은 것이 없는 큰 것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작고 사소한 것을 소홀히 하지 않는 마음가짐이 꼭 필요하다. 그래야 큰 것을 얻을 수 있고 큰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한 개인의 인격에 대한 좋고 나쁜 평판은 절대 하루아침의 어떤 일에 의해 그 평판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평소의 하나하나의 선행이 쌓이고 쌓여서 좋은 평가를 받게 되고, 평소의 하나하나의 악행이 쌓이고 쌓여서 나쁜 평가를 받게 되는 것이다. 

평상시의 삶에 대한 태도, 즉 마음가짐은 한 사람의 인격체를 전인(全人)으로 만드는데 있어서 대단히 중요하다. 

육조혜능의 「단경」을 보면 미즉불증생, 오즉중생불(迷卽佛衆生, 悟卽衆生佛, 미혹하면 부처가 중생이 되고, 깨달으면 중생이 부처가 된다)이라는 말이 있다. 

깨달으면 중생이 부처가 된다는 말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므로 더 이상 생각할 필요조차 없다.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주목해야 할 말이 있다. 다름 아닌 미혹하면 부처가 중생이 된다는 말이다. 

아무리 깨달은 부처라 할지라도 한 생각의 망념을 일으키기만 하면 부처가 중생이 돼 버리는 것이다. 

이 세상의 일에 한번 완성해 놓은 것이 영원히 완전무결하게 그대로 존재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한 번 부처가 됐다고 해서 가만히 노력하지 않고 있는데도 영원히 부처의 자리가 보전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끊임없이 욕망의 세계를 버리지 않는 대비의 실천과 중생을 버리지 않고 괴로움과 부정(不淨)의 세계에 일부러 나아가 일체중생의 해방에 목숨을 바치는 자리와 이타의 행이 원만히 성취되어 나갈 때만이 그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 지도자가 되는 사람은 내적인 적을 잘 다스려 나아가야 한다. 

한 생각의 망념이 자신의 심신을 병들게 하고 나아가 나라 전체를 망쳐버린다는 사실을 꼭 명심해서 항상 자신을 믿고 사소한 일을 등한시 하는 일이 없도록 늘 주의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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