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현 경제부장 대우

올 겨울 전국을 휩쓴 고병원성조류독감(AI)의 여파가 진정되기도 전에 축산농가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또 다시 들려왔다. 최근 충북 보은 젖소 농가에서 구제역이 발생한데 이어 전북 정읍 소농장에 대한 정밀검사결과에서도 구제역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AI에 이어 구제역까지 전국 확산 조짐이 보이면서 소와 돼지 사육농가는 비상이 걸렸다.

구제역은 입발굽병으로도 불리며 주로 소와 돼지 등 가축에 대한 전파성이 높은 급성 바이러스성 전염병이다. 사슴이나 염소, 양과 기타 소과 우제류 가축은 물론 코끼리, 쥐, 고슴도치 등 발굽이 두개로 갈라진 가축들에게 감염된다. 구제역 발생시 주변 농가의 모든 우제류 가축에 대해 살처분되는 등 농가들은 막대한 피해을 입을 수밖에 없다.

최악의 구제역은 2010년 11월부터 2011년 4월까지 전북과 전남도 그리고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 확산됐다. 이 기간 매몰 또는 살처분된 소와 돼지 등의 가축은 350만 마리에 달했다. 당시 제주는 구제역 사태에서 벗어났지만 제주대표 축제인 들불축제가 취소됐고, 설명절 연휴 귀성객과 관광객이 감소하는 등 간접적인 피해는 컸다.

제주지역 양돈규모는 280여가구에 55만여 마리로 전체 가축업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제주는 단지형으로 양돈농가가 밀집해 있어 구제역 유입시 가축산업 전체가 휘청거릴 수밖에 없는 등 재앙수준의 피해가 우려된다.

이 때문에 제주는 AI보다 구제역이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어 도내 가축농가와 방역당국은 현재 상황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 AI에 이어 구제역마저 전국으로 확산된다면 당장 다음달초에 예정된 들불축제 개최가 불투명하고, 올레길 상당수가 차단되는 등 축산업은 물론 관광산업까지 여파가 미칠 수 있는 등 제주는 이중고를 겪을 수 있다. 그동안 정부는 AI와 구제역, 부르셀라 등 가축전염병 발병 때마다 초기대응 실패로 걷잡을 수 없이 사태를 키워왔다. 이번 구제역 만큼은 전국 확산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 제주 축산·방역당국도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구제역은 물론 어떠한 가축전염병의 유입을 철저히 차단, 가축청정지역의 입지를 굳건히 하면서 농가의 불안도 해소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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