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성 이사·서귀포지사장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이 제19대 대통령선거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독주체제가 이어지고 있다.

여권에서는 반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 이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모양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해체위기에 몰렸던 새누리당이 당명 변경까지 추진하며 황 권한대행의 출마를 적극 부추기고 있고 바른정당은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중도 하차한 가운데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2파전 양상을 띠고 있다. 

원 지사는 지난달 31일 바른정당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저는 이번 대통령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제주도는 급속한 경제성장의 전환기에 필연적으로 뒤따르는 성장통과 지속성장 기반 마련을 위한 많은 현안업무를 안고 있다"며 "이러한 현안업무와 대선출마 활동을 병행하는 것은 현실적 여건상 많은 무리가 따른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 설 연휴 직전에만 해도 대선 출마 여부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등 모호한 자세를 취하던 원 지사가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자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지사는 "보수정치의 젊은 기수이자 오랜 동지로서 참으로 안타깝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일부 정치권과 누리꾼들은 부정적인 의견도 보였다. 신동욱 공화당 총재(박근혜 대통령 동생 박근령의 남편)는 자신의 트위터에 "원희룡이 잠룡으로 방송에 출연한 지가 엊그제인데 '제주 현안에 집중하겠다'며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국민과의 약속, 소신이나 신념은 없고 지지율만 있다. 하루아침에 잠룡에서 '잡룡(직업을 위한 흉내내기 용)'이 됐다. 그릇의 크기는 탐라국 대통령이다"라고 비꼬았다.

또 일부 누리꾼들은 포털사이트에 '무슨 전교 꼴등이 서울대에 안간다는 소리야', '저도 19대 대선 불출마합니다'라는 등의 차가운 반응을 남기기도 했다. 그동안 여러 여론조사에서 원 지사의 지지율이 낮게 나온 것을 부인할 순 없지만 1982년 학력고사 전국 수석에 서울대 법대 수석 입학, 1992년 제34회 사법고시 수석 합격 등 전교 꼴등이 아니라 전국 최고를 자랑하는 원 지사의 경력과 영 어울리지 않는 대접이다.

사실 고등학교(제주제일고)를 졸업한 이후 줄곧 '육지'에서 생활하다 2014년 지방선거를 통해 제주도지사에 취임한 그는 그동안 '중앙바라기'와 같은 행보를 보여 지역에서 비판도 받았다.
사안에 따라 불가피하다는 항변에도 불구하고 각종 현안에 대한 입장을 지역언론보다 중앙 신문·방송에서 밝히기를 즐기고 대선 불출마나 앞선 새누리당 탈당 선언 등 중대한 결정 때마다 서울에서 발표하는 모습에서 지역언론이나 도민들은 박탈감 내지 허탈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제주도가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도 비쳐지는 중앙바라기와 함께 원 지사의 잦은 외국 출장 또한 논란거리 가운데 하나다.

도가 매일 공개하고 있는 '주요행사 일정표'를 확인한 결과 지난 한해동안 원 지사는 모두 10회 42일에 걸쳐 미국·일본·중국·인도·싱가포르·에티오피아·콜롬비아 등 7개국을 다녀왔다. 대부분 외자 유치나 축제 벤치마킹 등을 위해 오고간 과거 도지사들과 달리 원 지사는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 UCLG 세계지방정부 정상회의, 중국 보아오포럼 등 제주도는 물론 본인의 정치적 위상을 높일 수 있는 행사에 주로 참석한 점이 눈에 띈다.

하지만 이같은 모든 논란을 차치하고 3선 국회의원에 집권여당 사무총장을 지내고 당내 서울시장 경선후보로까지 나섰던 원 지사는 누가 뭐래도 제주도가 낳은 걸출한 인재임에는 틀림없다.

여전히 잠룡으로 손색 없는 그가 끝내 '잡룡'에 그칠지, 제주도라는 지역적 한계조차 극복하며 화려하게 승천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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