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 스토리 / 문화콘텐츠개발기업 두잉 길형준 대표

1인창조기업서 출발... 신돌 캐릭터 '꾸무·또또' 개발
그림책·인형극 등 '멀티유즈' 시도 "아직 갈 길 멀어"

일반적인 기준으로 보면 '반대'다. 잘 다니던 직장을 접고 제주신화를 모티브로 한 아기자기한 캐릭터를 만들었다.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세상에 알리고 싶은 욕심 대신 '스토리'라는 기본부터 챙겼다. 알릴 방법을 고민하다 불쑥 체코국립극장에서 인형극 공연을 했다. 흔히 알고 있는 '뽀로로'패턴과는 사뭇 다른 길을 가는 '꾸무아빠'는 사실 미혼이다.

복잡한 듯 보이지만 '열정'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다. 제주 문화콘텐츠개발기업인 ㈜두잉(Doing)의 길형준 대표는 그의 표현을 빌려 '농부'다.

씨를 뿌려 물과 양분, 햇볕을 공급하고 열매를 맺게 하는 일을 한다. 여기서 씨는 아이디어와 상상력, 창의력이다. 캐릭터 상품화라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가능한 다양한, 그리고 적당한 방법을 찾고 또 시도한다. 

제주에서는 말 그대로 시장 자체를 개척하는 일부터 했다. 대학에서 그림과조각을 배웠고, IT 관련 업체에서 13년이나 일했다. 그런 그를 문화콘텐츠산업에 뛰어들게 했던 것은 '제주신화'였다. 시작은 혼자였다. 길 대표는 "처음에는 1인 창조기업이었다.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가 만들어지면서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으로 참여했다"며 "가족 같은 직원들이 생겼고, 해보고 싶은 것도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길 대표의 손에서 탄생한 것이 다름 아닌 신돌 캐릭터 '꾸무'와 '또또'다. 일반에서는 그림책으로 먼저 소개됐다. 길 대표는 "아이들이 이해할 정도면 누구나 제주신화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스토리가 탄탄하면 뭘 해도 되지 않을까 싶었다"고 말했다. 'OSMU(One-Source Multi-Use)'다. 이 개념 역시 작업을 진행하며 알았다.

사실 문화콘텐츠 영역은 생각보다 회전이나 환류가 더디다. 예를 들어 애니메이션만 하더라도 기획에서 제작, 상영까지 3년에서 길게는 5년여 시간이 걸린다. 이마저도 파일럿 영상을 만들어 투자가 성사돼야 가능하다. 캐릭터 상품화 역시 '팔릴 것'이란 장담을 하기 어렵다. 아무리 좋은 캐릭터를 만들어도 홍보와 마케팅이 되지 않아 사장되기도 한다. 

그런 가운데 길 대표는 지난달 과감하게 유럽행 비행기를 탔다. 체코국립극장에서 신돌이야기를 테마로 한 마리오네트 인형극을 공연했다. "'되겠다'는 확신은 없었지만 '안 해 보는 것 보다는 낫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예상은 적중했다. 유럽 마리오테트와는 전혀 다른 캐릭터에 새로운 스토리가 현지 관객을 흔들었고, 홍보용으로 챙겨간 캐릭터 상품은 '사전예약'을 통해 다 팔렸다. 마치 '행운'의 신돌을 머리에 얹은 것 같은 짜릿함으로 정유년을 시작했다.

길 대표는 올해 큰 걸음을 걸을 생각이다. 애니메이션과 공연 외에도 상품 노출과 판매 등 지금까지 잘 키운 캐릭터 열매를 제값을 받고 파는 일을 계획하고 있다. "지금까지 쉬워본 적이 없어요. 지금처럼 절박하고 또 간절하게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길은 바라보는 쪽으로 열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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