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우 감귤사랑동호회장, 논설위원

연초에 잠시 반짝했던 도매시장 한라봉 경매가격이 설 직전 ㎏당 2800원 선으로 폭락했다. 예전 한라봉 초기 과일의 여왕이라 불려질 때 ㎏당 5000~6000원에 판매하던 시절과 비교해 보면 격세지감이다. 

이러다 보니 10여년 이상을 애지중지 키우던 한라봉 나무를 베어내고 천혜향이나 레드향 품종으로 갱신이 급속히 이뤄지고 있다. 

어째서 최고의 과일이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는지 한탄하기도 하고 답답해 하는 농가가 늘고 있다.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논의하는 공청회나 도매시장 경매사들의 이야기는 한결같은 대답이 나온다. "조기출하가 문제다"라는 이 말에 한라봉 농가 대부분은 맞는 말이라고 수긍한다. 

아기가 엄마 뱃속에서 10개월을 자라서 세상에 나오듯 한라봉도 역시 꽃이 핀 후 300일 이상 지난후 수확해야 최고의 과일이 될 수 있다. 

300일(10개월)이 채 지나기도 전에 수확한 한라봉은 산도가 높아 신맛이 강해 상품성이 없는 것이다. 2월 이후 수확한 한라봉은 대부분 산도가 빠지고 당도가 높아 꿀맛이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8~9개월만에 수확하는 이유는 설에 맞춰 판매하기 위함이다. 이렇게 판매해서는 안 될 한라봉을 맛본 소비자들은 너무 신맛에 그냥 버리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 경매사들의 하소연이다. 

그들이 한라봉 농가에게 요구하는 사항은 조기출하는 하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많은 농가들도 이구동성으로 조기출하가 한라봉을 망치게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정작 설 전에 10개월이 안된 많은 양의 한라봉이 서울 도매시장으로 올라간다. 설 전에는 지난해 2~3월에 가온을 해서 신맛이 없는 일정량의 한라봉만 출하하고 가온하지 않은 한라봉은 2월후에 출하해야 하지만 많은 농가가 이를 지키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세상에서 최고의 과일이라는 한라봉이 애물단지가 돼 가고 있다. 농가 스스로 자기 발등을 찍는 형국이다. 누굴 탓하랴. 우리 탓인 것을….

반면에 육지부 한라봉 농가는 어떤가. 제주처럼 이러저러한 혼합품종이 아닌 M16 품종 등 최고 품종이고 당도 향상을 위한 일조량도 제주보다 훨신 많고 토양도 비옥하다. 보온문제도 수막재배를 통해 우리와 큰 차이는 없는 상황이다. 

아직까지는 육지부 한라봉 재배농가가 많지 않다고 해서 우습게 볼 것이 아니다. 언젠가는 화훼 등 하우스내 채소 농가들이 한라봉 등 만감류로 작목을 바꾼다면 우리보다 더 나은 경쟁력을 가질 수도 있다. 어떻게 하면 높은 가격을 받으려고 생각하기 전에 어떻게 하든 소비자들이 다시 찾게 하는 한라봉을 생산하고 판매한다면 소득은 자연스럽게 증대될 것인데 실천하지 않는 농가가 너무 많은 듯하다. 

남들이 잘못하는 것만 비판하고 나 하나쯤이야 하는 이기적인 생각이 한라봉 농사를 망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나 스스로 의식전환을 통해 고객만족을 위한 신맛이 없는 한라봉 생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최근 관광객을 비롯해 유입인구의 증가로 제주사회는 쓰레기 문제,주차문제 및 교통체증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요일별로 쓰레기를 분리배출 하는 것에 불만이 많으면서 정작 우리는 분리배출을 규정대로 하는지 나부터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자기집 앞에 자기차를 세우는데 무슨 문제냐며 말통을 두고 남은 못세우게 하는 행위, 남들에게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라면서 나만은 이런저런 사유로 매일 차를 갖고 다니는 실태에서 과연 남을 탓할 자격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제주농업, 농촌을 살리자고 외치지만 정작 자식들을 제주소재 농업대학에 다니게 하거나 자신이 하는 농사일을 가업으로 물려 주려는 농업인은 많지 않다. 필자 역시 3남매를 두었지만 큰아들은 서울 직장생활, 둘째는 공군 직업군인으로 보냈으니 제주 농업을 살리자고 외칠 자격은 없는 듯하다 그나마 셋째는 농업은 아니더라도 제주대학에 보냈으니 위안이 된다. 누굴 탓하랴 나도 못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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