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편집부장 대우

탤런트 백일섭이 지난해 TV에 나와 '졸혼'을 선택하고 혼밥과 혼술을 즐기고 있다고 밝혀 화제가 됐었다. 졸혼(卒婚)은 결혼에서 졸업한다는 뜻이다. 법적인 혼인관계를 유지하고 서로 존중하지만 간섭하지 않고 독립적인 생활을 꾸리는 것이 이혼과 다른 점이다. 황혼이혼의 파국을 막을 수 있고 부부간 역할을 재정립해 제2의 인생을 꾸리는 출발점으로 여겨진다.

졸혼이라는 용어를 유행시킨 사람은 일본 에세이스트 스기야마 유미코인데 그녀는 저서 「졸혼시대」(원제 '졸혼을 권함')에서 40대 때 남편과 갈등을 빚던 중 딸의 권유로 따로 살아본 경험과 함께, 성공적 졸혼생활을 하는 부부들의 인터뷰를 소개했다. 한 부부는 우연한 기회에 졸혼생활을 시작한 경우다. 교수인 남편이 서른여덟살에 중국에 단기간 부임하면서 반강제로 졸혼했다. 전업주부인 부인은 다섯 자녀를 키우며 심신이 피폐해진 상태였다. 따로 사는 생활은 양쪽 모두에게 활력소가 됐다. 부인은 수험용 교재를 만들면서 결혼 후 처음으로 자신의 일을 갖게 됐다. 3년뒤에는 자발적으로 졸혼했다. 시어머니의 병수발을 위해 아내는 세 아이를 데리고 가나자와로 거처를 옮겼다. 남편은 두 아이와 함께 도쿄에 남았다. 아내는 공연기획을 했고 현의원에도 당선됐다. 서로 다른 지역에 기반을 잡고 수입도 대등해지니 남편의 권위적 성향도 줄었다고 한다. 또 다른 부부는 졸혼과 함께 생활방식은 물론 부부의 고정적인 역할도 바꿨다. 남편은 기계설계 사업을 하며 일밖에 모르고 살았다. 부인은 시부모의 간병을 도맡았다. 환갑을 앞두고 회사가 문을 닫자 남편은 산속 오두막에서 취미삼아 물건을 만들며 지낸다. 생계는 부인의 강연·집필료로 꾸려간다. 

졸혼은 경제적 기반과 육아로부터의 해방이 필수다. 자유롭고 싶지만 이혼의 멍에를 꺼리는 부부들의 고령화 시대 대비책이기도 하다. 한 전문가는 졸혼이 100세 시대 일부일처제가 유지될 수 있는 대안이라 말하기도 한다. 졸혼은 가족의 파괴인가 가족의 탄생인가. 점점 결혼이 줄고 1인 가구가 늘고 있다. 혼전 동거나 재혼에 대한 인식도 변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전통적인 가족의 개념이 바뀌고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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