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석 논설위원

입춘을 보낸 제주사회가 3월부터 시작할 새로운 출발 준비에 여념이 없다. 졸업식을 마친 학교는 신입생 배정 등 새 학기 준비에 여념이 없다. 마을에서는 포제를 열고 올 한해 무사안녕을 기원하고 있다.

제주 공직사회도 마찬가지다. 원희룡 도정은 지난 7일부터 열린 도의회 제348회 임시회에서 올해 추진할 주요 업무를 보고했다. 도의회를 통해 도민에게 올해 추진할 주요 정책을 설명하고, 보완책을 마련하면서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사회적 합의 도출의 첫 관문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올해 추진할 주요 정책에 지하수 보전이나 난개발 방지를 내세워 사유 재산권을 제약할 행정 규제도 시동을 걸고 있어 도민 공감대 형성이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우선 지난해부터 이어진 공공하수관로 연결 의무화 건축 규제 등 도시계획조례개정(안)이 갈등의 불씨를 다시 키우고 있다. 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가 포화상태에 이른 하수처리장 보완대책 미흡과 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지난해 11월 보류한 원 도정의 도시계획조례 개정안을 오늘(15일) 다시 심의하는 가운데 건설업계가 반대 의견을 제시, 양측간 대립이 불가피하다. 공공하수관로가 설치되지 않은 읍·면지역 건축행위 불허 규제가 주민 반발에 부딪히자 연면적 300㎡ 미만의 단독주택과 제1종 근린생활시설을 허용하는 보완책을 마련, 도의회에 제출했지만 제주도 건설단체연합회는 과중한 도민 부담 및 재산권 행사 제약 등으로 '시기상조' 입장을 제시했다. 

읍·면지역 주택 쪼개기 연접개발 억제의 도로기준 강화도 치열한 논쟁이 예상된다. 조례개정안은 단독·공동주택 호수에 따른 읍·면지역 도로 확보 기준을 10∼50세대 미만은 너비 8m 이상, 50세대 이상은 10m 이상으로 당초 입법예고안보다 완화했지만 건설단체연합회는 기준을 충족할 도로가 일부에 불과해 동지역 개발 집중에 따른 지역발전 불균형 초래의 반대 입장을 제출했다. 

제주미래비전 및 제2차 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에 포함된 '해안변 그린벨트 도입' '제주형 계획허가제 도입' 등 읍·면지역을 향한 새로운 행정규제도 시동을 걸고 있어 도민 갈등에 휩쓸릴 것으로 보인다. 원 도정이 지난 1일 청정과 공존의 제주미래비전 핵심가치 실현을 목적으로 해안변 통합관리구역 및 종합관리계획 용역에 착수한 '해안변 그린벨트'는 해안경관 사유화·경관훼손 방지 등 보전의 장점이 있지만 해당 지역내 사유 재산권 침해와 맞물리기에 첨예한 논쟁이 예상된다. 

원 도정의 '제주미래비전 실행계획' 및 '제2차 국제자유도시종합계획'은 시가지를 제외한 해안선에서 50m 지역내 토지가 '해안변 그린벨트'의 보전·관리·이용지구로 분류, 읍·면지역 해안변 사유지를 건축행위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개발행위가 이뤄진 동지역 해안변과 달리 읍·면 해안변 건축행위 규제에 초점을 둔 결과 정책이 입안·수립되는 과정에서 도시와 농어촌간 형평성은 물론 농어촌 해안변에 토지를 보유한 도민들의 반발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제주형 계획허가제도 도 전역을 '보전-중간-이용' 영역으로 구분후 보전지역은 개발행위를 원천적으로 불허하고, 중간·이용 영역도 재산권 행사를 제약하기에 갈등·대립의 불씨가 잠복하고 있다.

원 도정이 수립하는 규제가 난개발 방지의 효과를 나타내는 것은 분명하지만 사유재산권을 필연적으로 제약, 공직사회의 정책입안 능력을 포함한 도민 신뢰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해안을 포함한 도 전역의 토지를 어떻게 보전·관리·이용지구로 나눌 것인지, 그 기준은 신뢰할 수가 있는지 등 해결과제가 산적하기 때문이다. 

공무원은 '공공재(公共材)' 성격이 강하다. 공공재의 가격이 비싸지고 거만해질수록 그 피해는 주민과 지역사회가 입는다. 특히 공직사회의 잘못으로 빚어진 정책 판단의 후유증을 회복하는데 오랜 시일이 소요, 독단성은 반드시 배제돼야 한다. 도백이 아닌 도민에 충성하는 공공재만이 도민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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