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돈 제주대 해양과학연구소 교수·논설위원

입춘이 지나서 동장군이 기세를 부린다. 눈보라에 숨을 곳을 찾아 머문 아파트 베란다 철창 위 하얀 눈송이, 도두라진 몸체를 뽐내는 멀구슬나무(제주명, 목술낭) 가지 위에 쌓인 눈, 목련나무 목련 꽃송이에 하얀 눈, 거센 눈보라가 겨울임을 자랑하는 날이다. 그래도 가끔씩 구름사이로 비추는 햇빛은 쌓인 눈을 더욱 빛나게 하지만 따스하게 느껴진다. 입춘이 지난 제주의 겨울날이다. 우리나라는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과  춘하추동의 뚜렷한 절기를 가지는 자연환경 자산을 가지고 있다.

봄은 꽃피는 계절이다. 봄날은 꽃피는 날, 아름다운 날을 의미한다. 꽃 피는 날을 봄날이라면 제주는 4계절 꽃이 피는 곳이라 날마다 봄날이라고 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인생의 봄날은 언제일까. 사람마다 봄날은 제 각각이다. 가끔 정치인들이 도의원, 국회의원, 지도자에 당선되어 정치활동을 할 때 아무개의 봄날이라고 말을 한다. 우리들의 봄날은 언제일까. 생일날, 결혼하는 날, 집들이 하는 날, 개업하는 날, 승진하는 날, 친구 만나는 날, 독서하는 날, 인생에서 즐거움이 피어나는 날들이 얼마나 될까.

공자는 수신(修身)하고 제가(齊家)하고 치국(治國)하면 평천하(平天下)니라 했다. 그리고 사람이 화를 내는 이유는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남이 나를 알아주기 전에 남을 먼저 이해하도록 다가서는 자세와 동작이 필요하다고 했다. 

수신은 공경하는 마음과 자세로 몸을 닦는 것 즉 자신에게 남에게 공손한 자세와 상대를 존경하는 마음이다. 필자는 사람들이 수신하는 행동을 실천할 때 봄날이라고 하고 싶다. 그리고 집안을 화목하게 하고 어른에게 다가서는 제가하는 행동을 실천할 때 봄날이라고 하고 싶다. 

이해관계의 일상에서 남이 나를 알아주기 전에 남을 먼저 이해하도록 다가서는 자세를 가질 때 마음의 봄날이라고 하고 싶다.

정치의 계절이다. 정치인들이 대한민국과 국민을 편안하고 즐겁고 행복하게 만드는데 봉사하겠다고 대통령 후보 출사표를 내고 있다. 후보자들은 수신과 제가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있는 정보를 선량한 국민들에게 먼저 제공하고 이를 토대로 치국능력에 대한 검증이 필요한 때이다. 

후보자들이 동작과 자세 그리고 정책들이 시시각각 언론을 통해서 접하고 있다. 상대방을 존경하고 어른을 공경하는 정치풍토가 교육과 국민정서 기반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우리 모두 깊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후보자들의 언행이 수신과 제가의 평가 기준이다. 언론에서는 후보자들의 선호도 여론조사를 보도하는데, 숫자의 현상에 국민들이 현혹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조사대상 2000명 중 15%(300명)응답자 중에서 선호도가 30%라고 가정하면 90명에 불과하다. 

정치의 계절에 봄날은 치국해 평천하하는 날이다.

생물들이 계절에 따라 꽃이 피고 열매가 맺고, 물고기가 계절에 맞추어 산란하는 것은 생물시계 유전자가 기온과 광주기(밤과 낮의 길이) 등의 환경요소 자극을 받아들여서 꽃을 피게 하도록, 물고기 알이 성숙하도록 세포의 수용체가 활성화되는 생리현상의 결과이다.  미국과 중국, 일본, 유럽 국가들은 4차 산업혁명의 주력산업을 선정 육성하는 정책과 기술개발 그리고 제도개선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정치도 변화하는 국민정서와 세계 산업변화의 물결을 받아들이는 수용체 기능의 활성화 정도에 따라서 꽃이 피지 않을까 싶다. 변화하는 세계정서의 흐름을 간파하는 치국이 안되면 2류 국가로 전락하게 된다. 

정치가 국민에게 다가서고 세계흐름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면서 국가를 선도하고, 여의도가 수신제가하여 서로 배려하고 공경하는 품격을 보여주기를 기대해 본다. 정치가 선정(善政)하면 행정이 선진하고 경제가 안정돼 국민생활이 행복해진다고 본다. 

사계절 꽃이 피는 제주의 들판처럼 우리들의 생활에서 사계절 봄날을 기대하는 것은 봄날의 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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