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훈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

'도시재생'은 땅장사로 얼룩진 도시개발의 역사를 마감하고 지속가능한 도시개발의 시대로 전환하는 매우 중요한 도시계획의 기법이다. 그동안의 도시개발은 불도저로 싹 다 밀어 평당 얼마씩의 이윤율의 법칙에 따라 도시개발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공기업에서 도시기반시설을 공급하고, 분양이라는 이름의 토지거래를 통해 고부가를 남기는 사실상의 부동산장사였다. 실제로 개발사업은 역대 정부가 애용했던 경기부양책이기도 했다. 영화 '강남 1970'은 이러한 한국개발사를 적절하게 풀어낸 수작이다. 그 결과 수많은 신도시를 만들어냈고 이후 수많은 구도심 또는 원도심을 양산했다. 그리고 극심한 공동화가 이들 지역을 강타하게 했다.

이러한 한국사회 도시개발의 역사에서 불완전하지만 도시재생으로의 방향전환을 위해 국토해양부는 지난해 1월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향후 5년 동안 약 200조원 규모에 이르는 투자가 이뤄지는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너무 일찍 와버린 미래였을까. 용어 자체가 생소한 도시재생은 담당공무원들에게도 낯설고 주민들에게는 더욱 생소한 사업이었다. 문제는 단지 생소함뿐만이 아니다. 선도지역 대상구역의 주민들의 도시재생에 대한 가치공유와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도 이에 대한 준비가 덜 된 상태라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제도적으로는 도시재생센터가 의무적으로 설치되게 돼 있으며, 이 센터가 주민들의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한편 주민들과의 소통구조를 확보하고 재생사업의 주체로 서게 하는 장치로 마련했으나 예산이 투자되고 회계연도가 존재하는 사업 속성상 주민들의 도시재생역량의 성숙도가 갖추어지는데 추진일정과 맞아떨어지기가 쉽지 않다. 

특히 원도심의 주민대표기구는 기실 농촌의 마을회회와 같은 통합성과 대표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퇴락한 원도심의 토지주와 건축주 대부분이 원도심 공간과 분리되어 공간소유와 거주주체와의 불일치성이 두드러진다. 이럴 경우 도시재생의 주체구성이 애매해진다.

농촌마을의 마을회와 같은 강력한 공동체의 대표성을 띤 논의구조가 부재하기 때문에 주민의 총의를 모으기 쉽지 않다. 

하지만 도시재생은 이미 도시계획의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여전히 법적인 문제점들도 해결과제로 남아 있다. 단순히 경제활성화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관덕정을 들어내고 아파트를 조성하고 상가를 조성하면 될 일(주민설명회시 부산에서 이주해 온 분의 발언 중)"일 것이다.

하지만 도시재생은 재생대상도시공간의 역사와 기억들을 또한 자원으로 한다. 이것들을 강제성이 아닌 주민설득과 동의 그리고 주민들이 그리는 도시의 미래를 공유하면서 어렵더라도 한걸음씩 나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근 원도심도시재생사업의 공청회가 파행으로 끝났다. 현 단계 우리나라의 도시재생의 현주소인 것이다. 너무 일찍 와버린 도시재생의 현장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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