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환 하루만에 '초스피드 영장'…남은 수사기간 고려
특검, 직접 기소할 방침…朴대통령 압박 전략 관측도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수사 종료를 불과 9일 앞둔 19일 오후 전격적으로 우병우(50) 전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이 적용한 혐의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직무유기, 특별감찰관법 위반,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국회 청문회 불출석) 등 4개다.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주변인 진술과 증거관계를 통해 혐의가 상당 부분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우 전 수석 소환 하루 만에 청구한 '초스피드 영장'이다.

우 전 수석은 2014년 5월부터 작년 10월까지 민정비서관과 민정수석을 지내며 국내 사정업무를 총괄한 인물이다. 박근혜 정부 '실세 중 실세'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작년 9∼10월 최순실(61·구속기소)씨의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자 자연스럽게 그에게 의심의 눈초리가 쏠린 이유다. 권부의 핵심부에서 사정기관을 장악한 그가 최씨의 비리를 몰랐을 리 없다는 지적이 비등했다.

특검은 우 전 수석이 단순히 최씨의 비리를 묵인하는 수준을 넘어 범죄 수행에 도움을 주는, 사실상의 '방조'까지 나아간 게 아니냐는 의심에 수사의 초점을 맞췄다. 이는 특검법상 규정된 수사 대상이기도 하다.

특검은 특히 우 전 수석이 최씨 비리 의혹에 대한 이석수(54) 전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의 내사를 방해한 것은 물론 특별감찰관 조직이 사실상 와해하는 과정에도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정책 기조에 비협조적인 문화체육관광부 국·과장급 5명의 좌천 인사 등에도 우 전 수석이 상당 부분 역할을 했다고 특검은 판단했다.

범행 전후 맥락과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관계를 따져볼 때 직권남용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는 게 특검의 판단이다.

수사팀 내에서는 '블랙리스트' 의혹과 마찬가지로 고위 공무원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이나 권력을 오용 또는 남용하는 행위를 단죄해야 한다는 의견도 개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우 전 수석의 구속영장을 미리 작성해 이날 오후 수뇌부 회의를 열어 범죄사실과 구속 수사 필요성 등을 논의한 뒤 박영수 특검의 재가를 받아 청구를 결정했다고 한다.

전날 소환된 우 전 수석을 상대로 19시간 가까이 밤샘 조사를 벌이고서 돌려보낸 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다.

특검 관계자는 "수사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비교적 결정 속도가 빨랐다"고 말했다.

법원의 영장심사가 남아 있지만, 특검으로선 막판 최대 난제였던 우 전 수석까지 법의 심판대 위에 올려놓은 뒤 수사 종료일(이달 28일)까지 일주일 남짓한 기간에 수사기록 정리에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우 전 수석의 구속영장 청구가 대면조사를 앞둔 박근혜 대통령에게 심리적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핵심 측근인 김기춘(78)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51)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일찌감치 구속된 가운데 현 정권의 치부를 잘 아는 우 전 수석마저 구속 위기에 몰리며 심리적으로 쫓길 수 있다는 것이다.

특검은 영장 발부 여부와 관계없이 수사 기간 만료일 전에 그를 재판에 넘길 방침이다. 특검법상 특검이 기소한 피고인은 직접 공소 유지를 하게 돼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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