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경 제주국제대학교 호텔관광학과 교수

'116개 공공기관 중 3년 연속 최고등급', '2016년 굿컴퍼니 평가 3위', '2015년 금융부채 제로', '외국인 직접투자 10억 달러', '영어교육도시로 유학수지 절감 효과 2590억', '첨단과학기술단지 130개사 입주 및 연매출 1조2000억원' 등. 지난 2002년 5월 설립된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의 15년간 성적표다. 

흑과 백이 존재하듯 성장에 뒤따르는 부작용도 엄연히 존재한다. 개발로 인한 토지가격 상승, 일부 사업의 적자, 해외투자자와의 갈등, 개발 이익 환원 문제에 대한 도민사회 일각의 회의적 시선은 JDC의 공익성을 더 강화하고 그에 맞는 사업 발굴과 기관 위상 재정립 등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갈수록 정치 변수가 경제를 뒤흔드는 불확실성 탓에 기업들의 위기경영이 고조되고 있다. 제주도 역시 개발사업과 환경이슈의 난맥상 속에서 기업들의 고민이 늘고 있다. 따라서 이렇게 어려운 때일수록 역발상 전략으로 성장의 변곡점을 돌파하기 위한 혁신의 가치가 필요하다. 국제자유도시 기반 조성과 재원 확충을 끝낸 상황에서 새로운 경영리더가 주도하는 혁신, 그로 인한 또 다른 도약은 JDC가 짊어지고 나갈 책무이다.

매년 4월이 되면 미국 포춘지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순위를 발표한다. 평가기준은 인재확보와 유지, 경영자 자질, 사회적인 책임, 상품과 서비스 품질 등 9가지인데, 가장 핵심적인 항목이 혁신성이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비전 제시와 목표 달성이 쉽지 않고, 그에 따른 전략 마련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공익과 수익의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JDC의 목표는 단순해 보이나 실제로는 모든 기업들이 고민하는 '크고 어렵고 담대한 목표다(Big Hairy Audacious Goal)', 고객을 중심으로 하는 '서비스 경영', 참신한 아이디어를 반영하는 '창의경영', 환경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미래경영'은 그 하나하나가 도전적인 전략이다. 

영국 작가인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 앨리스 2'에서 주인공 앨리스는 빠르게 달렸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도 제자리에 머물러 있자 이상한 나라의 여왕인 레드퀸은 이렇게 꼬집는다. "네가 그나마 힘껏 달렸으니 제자리에 있는 거다. 앞으로 가고 싶으면 더 힘껏 달려야 한다" 현재 속도는 현상유지일 뿐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두 배로 열심히 뛰어야 한다. 바로 JDC뿐 아니라 대다수 기업들이 처한 상황이 아닐까.  

경제학자 슘페터에 의하면 '혁신(革新)은 모든 경쟁력의 원동력'이라고 한다. 현재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그 기업만의 임무를 찾아 실천해 나가는 과정이다. 또한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가치를 창출해내는 길이기도 하다. 혁신이 만들어낼 결과물은 지역사회 및 환경 가치를 희생시키는 트레이드-오프(Trade-off) 방식이 아니다. 가죽을 벗겨내는 고통이 수반될 수도 있으나 그 결과물은 달콤할 수 있다. 혁신을 통해 사업의 질이 바뀌고 프로세스가 달라지고 홍보 전략이 새로워져 경영 전반에 변화가 오면 독보적인 가치가 화수분처럼 생겨 기업이 존경받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절실함에도 정작 추진 주체들은 고통스럽고 리더 입장에서는 더욱 버거울 수 있다.

JDC가 새로운 경영진의 출범과 함께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초일류 공기업으로 비상하는 비전을 실천하길 바란다. 존경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초심으로 돌아가(Reset)', '전략과 사람과 프로세스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Rebuild)', '도민들과 새로운 미션, 비전도 공유해야(Restart)' 한다. 

흔히 열정을 뜻하는 'Passion'은 'Pati'라는 라틴어에서 비롯됐는데 '고통받다. 고통을 참아내다' 라는 어원을 지니고 있다.

JDC 리더들의 올바른 혁신과 진취적인 열정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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