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LPGA의 모든 기록을 다 바꿔놓고 싶어요" 박세리(25.삼성전자)는 1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올 시즌에 임하는 각오에 대해 이같이 밝히며 그 어느 때보다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지었다.

박세리는 "특히 그랜드슬램 달성이 욕심나지만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골프의 특성상 마음을 비우고 최선을 다할 뿐이다"고 말해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진리를 깨우친 듯한 성숙한 자세를 보였다.

다음은 박세리와의 일문일답.

-- 올 시즌에 임하는 각오와 목표는
▲동계훈련을 조금 늦게 시작하게 돼 초조한 감이 없지않다. 그러나 남은 기간 열심히 해서 올 한해 LPGA의 모든 기록을 다 바꿔놓고 싶다. 소렌스탐이 59타를 치면 58타를 치고, 9승을 하면 10승을 하겠다.

특히 나비스코에서 우승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 게 가장 큰 목표이지만 뜻대로만 되겠나. 한 선수가 같은 홀에서 동일한 컨디션으로 10번을 치더라도 모두 다른 곳으로 공이 날아가는 게 골프인 만큼 마음을 비우고 최선을 다하는 수 밖에 없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처음부터 끝까지 과감하게 칠 작정이다. 그렇게 하면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믿는다.

-- 지난 시즌을 정리한다면
▲성적도 좋았지만 사실 우승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면에서 만족스럽고 골프 치는 것이 즐거웠다. 마무리도 너무 좋았다. 마음 고생이 심했던 재작년과 비교한다면 천지 차이다. 재작년에는 성적도 좋지 않았고 여기저기에서 안 좋은 말들이 들려 너무 힘들었다. 울기도 많이 울었다. 그렇게 힘든 시간을 거치면서 스스로 많이 깨달은 것 같다.

-- 남들보다 감수성이 예민한 편인가
▲그렇지는 않다. 단체 종목을 하는 게 아니라 혼자서 싸워야 하는 개인 종목을 하기 때문에 그렇게 보일 뿐이다. 따라서 외롭기도 하고 남들의 말에 상처를 더 많이 받을 수 밖에 없다. 앞으로는 언론이나 팬들도 그 점을 이해해 줬으면 하는 게 바람이다.

-- 함께 "빅3"로 분류되는 웹과 소렌스탐 중 누구를 더 까다롭게 생각하나
▲두 선수 중 특별히 누구를 더 까다롭게 여긴다거나 라이벌로 생각해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항상 자신과 싸움이 중요하다고 믿을 뿐이다.

-- 브리티시오픈 이후 명실상부한 "빅3" 자리를 굳히면서 대우가 달라졌나
▲예전엔 웹과 소렌스탐 역시 외국인임에도 불구하고 외모가 미국인과 비슷한 때문인지 조금 차별 대우를 받았던 게 사실이다. 지금은 미국 언론과 팬들로부터 뒤지지 않는 관심을 받고 있다는 걸 느낀다. LPGA측이나 다른 선수들로부터도 마찬가지다. 처음 LPGA 무대에 진출했을 때만 해도 스웨덴이나 일본, 호주 등의 국기가 게양돼 있는 데 반해 태극기는 없었다. 지금은 당당히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어 마음이 뿌듯하다.

-- 원래 연초에 출국하려 했다가 15일까지 연기했는데 본인의 결정인가
▲사실 아버지가 집에 머물기를 원했다. 아버지 건강 검진 결과가 늦게 나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제는 내가 여유를 좀 갖길 원하신다. 실로 오랜만에 가족들이 모두 함께 시간을 보내니 행복하다.

-- 결혼에 대해 생각하고 있나
▲언급했지만 개인 운동을 하는 관계로 항상 외로움을 느낀다. 솔직히 좋은 사람 만나면 빨리 결혼하고 싶다. 애써 짝을 찾겠다는 생각을 잠시 미룬 상태이지만 아무리 일에서 성공하더라도 후일 자신을 챙겨줄 가족이 없다면 불행해진다고 생각한다. 날 반겨줄 남편과 제사상을 차려줄 자식이 있었으면 한다. 후배들에게도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성장과정에서 자기 나이에 맞게 해야 하는 일이 있는 법이다. 일도 중요하지만 젊었을 땐 연애도 하고 친구들과 어울려 여행도 가고 영화도 보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 일들을 제대로 못 누려본 게 조금 아쉽다.

-- 앞으로 일정은
▲보통 12월말 부터 동계훈련에 들어갔는데 지금은 한참 늦은 상태다. 돌아가면 체력 훈련과 샷의 보완에 중점을 둬 강훈련을 할 것이다. 2월말 첫 대회인 다케후지클래식에 참가 신청을 해놓았지만 컨디션을 봐서 출전할 계획이다.

-- 고국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항상 새벽까지 잠도 못주무시면서 관심을 가져주시는 데 대해 감사드리며 새해에도 건강하시길 바란다.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겠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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