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형 정치부차장

군주민수(君舟民水). 교수신문이 지난해말 전국 교수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통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다. 한국 정치 상황을 제대로 설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군주민수는 '백성은 물, 임금은 배'란 뜻이다. '순자'의 '왕제'편에 나오는 말로 강물의 힘으로 배를 뜨게 하지만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이른바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에서 출발한 촛불에 이어 대통령 탄핵까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력을 잘못 사용했을 때 민심은 걷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민선 6기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제6회 전국동시 지방선거에서 득표율 59.97%를 기록하며 민선 자치 시대 이후 최고 득표율로 제37대(민선 6기) 제주도지사에 당선됐다. 임기 초반 "불합리한 도의회 예산 관행을 타파하겠다"며 제주도의회와 '예산갈등'을 겪으면서 도민 피해가 이어졌다. 또 원 지사는 조례에 도지사를 초헌관으로 명시된 한라산신제는 물론 고·양·부 삼을나(三乙那)를 기리기 위한 건시대제때 초헌관을 맡지 않으면서 제주 전통문화를 홀대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역대 최고 득표율이란 기록처럼 도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업고 도지사에 취임했지만 잦은 구설과 중앙 진출 야망을 숨기지 않으면서 도민들의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후 원 지사는 제10대 후반기 도의회가 출범한 이후 도의회와 정책 협의회를 갖는 등 동반자적 관계를 강화했다. 도의원을 통한 도민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원 지사는 올해부터 '1박 2일' 마을 투어에 돌입하고 있다. 그동안 진행된 마을 투어 등 주민과의 대화가 1~2시간 이뤄지면서 사실상 형식적 수준에 그쳤다는 판단에서 이뤄진 조치다. 원 지사는 마을 투어 대상 마을에서 하룻밤 잠을 자면서 밤늦도록 주민과 격식 없이 마을 문제와 제주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눌 것이다. 원 지사가 이번 1박 2일 마을 투어를 통해 민심을 달래고, 도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해 도민 행복도를 높여주길 바란다. 이번 마을 투어는 '정치인'이 아닌 '제주도민의 대표' 입장에서 진행해야 도민들이 마음을 열고 마음속에 담아뒀던 이야기를 꺼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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