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성 논설실장 겸 서귀포지사장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에 이어 노태우 정부가 출범한 이듬해인 1989년 5월28일 참교육 실천을 내세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창립됐다. 갖은 위협에도 불구하고 1만8000여 발기인을 통해 전교조가 결성되자마자 정부는 교사들이 노조를 만드는 것은 불법이라며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40여명의 교사를 구속하고 1500여명의 교사를 파면·해임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했다.

당시 문교부가 일선 교육청에 보낸 공문에 언급된 '전교조 교사 식별법'을 보면 정부가 얼마나 '참교육'을 고깝게 여기고 전교조 교사들을 탄압하려 했는지 잘 드러난다.

전교조가 지난해 12월말 발간한 '전교조 운동사2(합법노조편)'를 보면 문교부는 △촌지를 받지 않는 교사 △학급문집이나 학급신문을 내는 교사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과 상담을 많이 하는 교사 △지나치게 열심히 가르치려는 교사 △직원회의에서 원리 원칙을 따지며 발언하는 교사를 사례로 들었다. 문교부는 또 △반 학생들에게 자율성·창의성을 높이려는 교사 △탈춤, 민요, 노래, 연극을 가르치는 교사 △사고 친 학생에게 정학이나 퇴학 등 징계를 반대하는 교사 △한겨레신문이나 경향신문을 보는 교사 등도 전교조 교사로 간주, 각종 불이익을 주고 배척하도록 사주했다.

이같이 모진 억압에 시달리던 전교조는 문민정부가 들어선 다음인 1994년 3월 해직교사 1300여명이 교단으로 복귀했으며 1999년에는 노조 설립신고를 통해 합법 노조로서의 지위도 확보했다.

이후 '해직자 조합원 인정' 등 5개 규약에 대한 시정명령 거부로 2013년 법외노조로 추락한 전교조는 그러나 2014년 지방선거에서 핵심 간부 출신 8명이 시·도교육감에 당선됨으로써 교육정책에 대한 정당성도 충분히 인정받았다.

비록 전국적으로 보수 후보가 난립한 때문이라는 분석도 없지 않은 가운데 제주에서도 제주지부장을 지낸 이석문 교육감이 당선됐다.

해직까지 당했던 이 교육감은 취임 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이나 국정교과서 등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주요 사업에 대해 꿋꿋이 맞서는 등 진보교육감으로서의 색채를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이 교육감은 최근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둘러싸고 팔이 너무 안으로만 굽은 것 같은 모습을 보여 대립 단체인 한국교원총연합회는 물론 전교조를 지지하는 사람들조차 고개를 젓게 만들었다.

그가 전교조 제주지부장으로 재직(2001~2004년)하는 동안 수석지부장, 북제주지회장, 제주시중등지회장 등을 맡았던 평교사 4명을 초·중 교장으로 발령한 때문이다. 아무리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선발했다고 하나 하필이면 자신과 함께 고난을 겪었던 교사들만 교장공모제 대상으로 선택했다는데 대해 보은 시비가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이처럼 전교조와의 인연을 잊지 못하며 진보적 정책을 펴고 있는 이 교육감은 그러나 학교비정규직(교육공무직)의 처우에 관해서는 보수적이고 소극적인 접근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제주도교육청은 교원·지방공무원과 달리 교육공무직에게는 8시간 근무제도를 적용하지 않고 하루 7시간 시급제의 급식보조원, 무기계약직 전환이 불가능한 11개월 단위 계약 초등스포츠강사 등에 대한 처우 개선도 외면하고 있다. 또 호봉제도 도입하지 않아 오래 근무할수록 제주도청 공무직에 비해 월급이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교원·지방공무원과 교육공무직은 적용 법령이 달라 근무시간 등을 동일하게 적용하는데 어려움이 있고 처우 개선에 많은 예산이 소요돼 불가피하다는 도교육청의 해명에도 일리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교조 출신 교육감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 컸기 때문이랄까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점진적인 개선이나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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