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규 제주대 교수·논설위원

일반적으로 만화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연속적인 그림과 글의 조합'이라고 정의한다. 

정의는 단순하지만 만화는 형식과 내용, 역할과 기능면에서 다양하게 표현될 수 있고, 다양한 예술적 표현수단, 즉 회화, 영화, 문학 등과 교차점을 가지기 때문에 정보를 가장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이 되곤 한다. 

이런 만화의 특성은 무형의 스토리를 시각적으로 구체화해 전달력 및 관심도를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제주의 경우에는 이런 만화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다양한 소재들이 존재한다. 

독특한 제주문화를 스토리화한 만화는 제주를 대표하는 문화산업으로 가치가 매우 높을 것이다.

이런 지역의 만화산업을 육성할 때 꼭 알아야 할 사항이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인쇄만화의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기존의 인쇄만화산업은 사양 산업이 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1년 약 71억 달러였던 세계 시장 규모가 지난해에는 약 60억 달러로 줄어든 것으로 추정되며 2019년에는 55억 달러 선마저 지키지 못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만화시장 '상위 10위' 국가 중 한국(6위), 일본(1위), 미국(2위), 중국(7위) 등 9개국에서 공통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디지털 기기의 보급이 증가하면서 디지털 만화로 사용자가 급속히 이동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0년 전 세계 만화시장에서 불과 3.3%였던 디지털 만화 비중은 2016년에는 10%선을 돌파했으며,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디지털 만화의 전 세계 시장 규모를 자세히 살펴보면 2019년 8억4000만 달러에 달해 2010년(2억2900만 달러) 대비 4배 가까운 몸집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을 예로 들어보자 미국 현지 시장에서 디지털 만화의 비중은 지난 2014년 약 21%였던 것이 2019년에는 32%를 넘어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국 만화시장 역시 2003년 이후 빠른 속도로 디지털화 됐다. 

2013년 기준 한국형 디지털만화인 웹튠은 서비스 개시 10년 만에 '1일 사용자, 1000만명' 시대를 열었다. 

이 같은 성과는 한국의 디지털만화에 대한 세계적 관심을 불러왔다. 한국만화산업 역시 세계만화산업과 마찬가지로 디지털만화 부문의 성장세가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제주의 경우에는 만화산업을 육성시킬 수 있는 다양한 소재가 존재한다. 

그리스 신화에 버금가는 다양한 신화·설화를 가지고 있고 그 내용도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디지털문화콘텐츠를 주력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이런 강점을 잘 조합할 경우, 우리만의 독특한 문화산업을 육성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은 것 같다. 첫 번째는 제주문화에 대한 체계적인 스토리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콘텐츠화를 위해서는 잘 전개된 스토리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두 번째는 스토리를 실제적인 콘텐츠로 기획하고 구현하는 연구개발을 적극적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이에는 콘텐츠 제작에 대한 내용과 이들 콘텐츠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 개발하는 것이 돼야 한다. 

좋은 소재가 있더라도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임을 볼 때, 제주의 소재를 바탕으로 한 디지털만화산업은 매력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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