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노리 김영화 작가 초대전
첫 개인전…운침으로 표현 4~19일

바늘이 입을 열었다. 늘 상 귀만 내어주던 것들이 쏟아내는 목소리가 땀을 이룬다. 반듯한 듯 보이나 자유롭다. '뜻 하는 대로'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분명 어떤 생각을 떠올리고 따라가나 평탄한 대로만 걸을 수 없는 인생길처럼 생각지 못한 것들이 굴곡을 만들고 그늘이 지며 여백이 된다.

갤러리 노리(관장 김은중)가 정유년 봄을 열며 마련한 김영화 작가 초대전 '잿빛 바람의 시간'이다. 작가 자신에게는 첫 개인전이다. 시작이란 의미에 더해 제주에서만 느낄 수 있는 바람 기운이 자욱하다.

김 작가는 바늘로 그림을 그리고 또 조각한다. 부드러운 천의 특성에 생각한 바를 바늘과 실로 단단하게 동여맨다. 그렇게 천을 누빈 실은 날렵하거나 마음을 붙드는 선이 되고, 솜 등을 이용해 만든 입체감은 더 이상 평면이기를 거부하는 장치로 쓰인다.

걸어서 보이는 것이 아니라 툭하니 늘어뜨리는 것으로 숨이 오고 갈 틈을 만든다. 그렇게 붙잡은 것들은 '특별한 순간'이다. 고 은 시인이 '쉿, 꽃이 진다'고 노래했던 황홀하거나 처연한 눈 깜짝할 사이가 바람에 흔들린다. 한때 옹기를 연구하고, 신화를 연구해 그림책 일러스트 작업도 했던 만큼 화려하지 않아도 그저 마음을 편하게 하는 색의 조합과 고민하지 않아도 알 것 같은 표현들이 고즈넉한 오후 숲 산책을 연상시킨다. 전시는 4~19일, 총 10점을 감상할 수 있다. 문의=772-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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