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나 교통사고를 유발한 가해자가 피해자와 합의를 위해 최대한 노력했는데도 불구하고 합의에 이르지 못했을 경우 일정금액을 공탁(供託), 합의의사를 밝히는 공탁제도가 본래의 취지와 다르게 종종 왜곡되고 있다.

형사재판에서 양형을 정하는 판사가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생각하는 것은 합의 여부. 공탁은 가해자로 하여금 합의에 버금가는 효과를 갖게 한다.

그러나 최근 가해자측이 ‘공탁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와 적극적인 합의 노력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법원은 “공탁이 최선은 아니다”는 요지로 판결을 내려 주목을 끌고 있다.

제주지법 류용호판사는 15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으로 기소된 김모피고인(63)에게 특별한 범행전과가 없는 점등을 감안, 금고 8월에 집행유예 2년, 준법운전강의 40시간을 선고하면서 피해자와 합의를 보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한 피고인에게 따끔한 충고를 내렸다.

류 판사는 “적법하게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을 다치게 했으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사과하고 용서를 빌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느닷없이 사고를 당한 피해자는 얼마나 황당하겠는가”라며 피고인을 질책했다.

또 “피고인이 비록 공탁금을 걸었다고는 하나, 이는 피고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와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불가피하게 취해진 조치가 아닌 이상 많은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류 판사는 “피고인이 사고이후에 한번도 피해자를 찾아 잘못을 빌거나 합의를 보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피해자측에서 제출했다”면서 “피고인이 피해자라면 어떻게 하겠는가”라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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