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주의 미술 대모 윤석남 대표작 '1, 025: 사람과 사람없이'
갤러리2 중산농원 6~5월5일 기획전…'반려'와 현대문명 비판 담아

어서 말을 해. 날카롭다 못해 퍼렇게 벼린 칼날이 쿡쿡 옆구리를 찔러댄다. 심장이 아프다. 세상에서 가장 치명적인 상처를 받은 것들이 서로를 위로하듯 모여 앉았다. 차마 입을 열지는 않지만 애처로운 눈빛은 백 마디 말보다 더 무겁다.

한국 여성주의 미술의 대모(大母)로 불리는 미술가 윤석남(78)의 대표작 '1,025 : 사람과 사람없이'가 섬을 찾았다.

갤러리2 중선농원의 2017 봄 기획전으로 6일부터 오는 5월 5일까지 제주에 짐을 풀었다. 윤석남 작가는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마흔에 미술을 시작했지만 남다른 표현력과 여성의 삶을 그려낸 작품들로 우리나라 여성 미술계 대표 작가 자리에 올랐다. 지난 1996년 이중섭미술상의 최초 여성 수상자이자 설치분야 첫 수상자로 기록되는 등 한국 현대미술사의 개척자로 꼽힌다.

그런 그의 2008년작 '1,205…'는 회화와 드로잉, 조각과 설치 등 여러 장르를 아우르는 대작이다. 적절한 조형언어의 모색에 주목했던 작가는 '반려'를 해석하기 위해 무려 5년여 공을 들여 작업했다.

페미니스트 잡지 '이프'의 초대 발행인이자 스스로 '나쁜 엄마'라 평가했던 환경역시 작품에 옮겨졌다.

'반려'에 있어 옆에 사람이 있고 없음은 크지만 별 볼일 없는 차이다. 비단 개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 현대문명 속에서 누구나 그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설명한다. 1025마리의 개는 크기와 생김새, 표정이 모두 다르다. '버려졌다'는 공통점을 제외하면 평범하다. 선명하거나 무채색이거나 밝거나 어둡거나 하는 차이로 각각의 사연을 풀어낸다. 시선이 닿는 곳에 있는 것은 단순히 '버려진 것'들 이상이다. 나는 과연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 마치 거울을 보듯 가슴 한 켠이 찔린다. 문의=010-2675-8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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