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은 제주대 행정학과 교수·논설위원

언제부터인지 광화문에 있는 대형서점에 '제주이민' 서적이 서가를 가득 메우고 있다. 

이질적인 환경과 문화라는 의미인지 모르겠으나, 많은 책들의 제목은 이주보다 이민이라는 단어를 택하고 있다. 아무튼 이처럼 많은 제주살이에 대한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면, 우리 국민들 중 제주에 사는 것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지난해 12월 31일 기준으로 외국인 포함한 제주도의 인구는 66만119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이전 연도의 64만1355명에 비해 1만9835명(3.1%)이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국내인구이동 통계에 따르면 2017년 1월 제주지역 순이동(전출·전입)은 626명으로 집계됐다. 

이 수치는 유입인구증가가 시작됐던 2012년 1월 이후로는 1개월간 순이동 규모로 가장 낮은 기록이며, 지난해 9월 이후 5개월째 한 달 순이동 인구가 1000명을 밑돌게 됨에 따라 제주살이 열풍이 정점을 지나 사그라드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제주로의 유입인구는 왜 줄어들고 있는 것일까. 

흔히 지적되는 원인으로는 우선 급증한 인구로 인해 주거비 및 지가가 상승한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도의 땅값은 8.33%나 올라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서귀포시가 8.79%, 제주시가 8.05% 상승했다). 

전년도 전국의 땅값 상승률 평균(2.70%)과 비교하면 4배 가까이 높은 상승률이다.

둘째는 제주의 물가가 만만치 않아 생활비가 많이 든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월 제주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년 전보다 2.8% 올랐는데 이는 전국 16개 시도 중 가장 높은 수치로, 전국 평균(1.9%)보다 0.8%포인트나 높다. 

물가 상승률이 가장 낮은 대전(1.4%)에 비하면 2배나 상승한 것인 반면, 이주민이 얻을 수 있는 일자리는 한정적이다. 한 집 건너 하나씩 생겨난 게스트하우스와 카페, 음식점은 이미 포화상태이다.

셋째는 생활여건의 악화이다. 교통문제, 주차문제, 쓰레기 처리문제 등과 같은 환경여건에 있어 인구 증가 속도를 사회 인프라가 따라가지 못하면서 정주여건이 악화됐고, 안전면에서도 최근 5년간 인구 대비 범죄발생 비율이 급등해, 인구 10만명 당 범죄 발생 건수가 전국에서 가장 높을 뿐만 아니라, 증가하는 속도도 가장 빠르다.

요컨대 비싼 생활비와 주거비를 감당해야 하고, 도시에서 발생하는 교통, 주차, 쓰레기, 범죄같은 문제를 고스란히 겪어야 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제주가 계속해서 매력적인 지역이 되고 이주 인구가 늘어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인구정책에서 유입인구 유인만큼 중요한 것은 유출인구의 억제이다. 

원래 거주민들에게도 정주환경의 악화는 심각한 문제이며, 소위 젠트리피케이션의 진행과 함께 원래 거주하던 주민과 이주민간의 갈등 또한 심심치 않게 표출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주민의 정착만큼 거주민의 삶의 만족을 높이는 것 또한 중요한 문제다.

다행히 최근 제주도가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 이주민 실태 등의 파악에 착수했다고 한다. 
지난해 제주 순이동인구의 49.9%(7303명)는 30~40대였다. 

이는 과거 대부분의 이주민이 은퇴 후 연령이었던 것과는 대조적인 현상이다. 

국제자유도시 제주를 완성하고 모두가 꿈꾸는 섬 제주를 만들기 위한 적정 인구규모, 적정 연령대의 분포, 제공돼야 할 서비스의 단계적 확충방안 등을 총체적으로 고려한 종합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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