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편집부장 대우

"매달 마지막 '불금'엔 오후 3시 퇴근하라" 일본 정부와 경제계가 지난달 개인 소비 진작을 위해 월 1회 금요일 퇴근 시간을 오후 3시로 앞당기는 '프리미엄 프라이데이(Premium Friday)'를 도입했다. 프리미엄 프라이데이는 유통·여행·외식산업 등과 연계해 세일 이벤트로 소비를 이끌어내는 것이 목표다. 이 제도는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를 모방한 것이다.

국내에서도 이를 벤치마킹한 정책이 나왔다. 정부는 지난달 23일 내수활성화 방안으로 매달 하루를 '가족과 함께하는 날'로 지정해, 일찍 퇴근해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소비 촉진안을 발표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4일간 매일 30분씩 더 일하고 '가족과 함께하는 날'로 지정한 금요일에는 2시간 일찍 퇴근해 쇼핑·외식 등을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가 미국·일본 등에 비해 늦게까지 일을 하는 관행이 있어 소비를 구조적으로 제약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 제도가 실질적 소비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최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40대 직장인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40세대 취업남녀의 시간사용과 일·생활에 관한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67.8%가 '일을 하고 나면 지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답했다. '매우 그렇다'는 대답이 12.0%, '그렇다'는 답변이 55.8%였다. 더구나 '집에서도 쉴 틈이 없다'(52.4%)는 응답은 절반을 넘었다. 여성과 30대, 배우자가 있거나, 맞벌이일수록 퇴근 이후 더 바빴다. 영유아 자녀가 있는 경우는 68.6%가 귀가 이후에도 분주하다고 답해 육아 부담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일·가족·개인 생활의 이상적 시간배분도 현실과 괴리가 컸다. 직장인들은 개인생활 47.1%, 근로시간 29.6%, 가족생활에 23.2%의 시간을 쓰길 원했지만 실제는 일 42.6%, 개인생활 41.4%, 가족생활은 16.0%에 그쳤다.

직장인들 사이에선 "밤에 카톡이나 안 왔으면 좋겠다" "시간보다 쓸 돈이 없다"는 냉소적인 반응도 많다. 걸음마도 못하는 아이가 뛰어갈 수 있을까. 좋은 정책이 '탁상행정' '반짝행정'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직장인들의 정시퇴근이나 연차보장 같은 기본권리부터 지켜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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