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글을 쓴다는 것은」 김혜순. 문학동네. 1만원.
 여성시인 김혜순씨가 말하는 페미니즘 시학. 고정되고 무거운, 그래서 닫혀있는 남성적인 글 쓰기에 반해 유동적이고 가벼운, 열려있는 여성적인 글 쓰기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 점에서 여성적인 글 쓰기란 ‘불온’하고 ‘전복적’일 수밖에 없음을 그는 보여주고 있다. 여성의 언어가 주술의 언어인 이유, 여성의 시적 자아가 병적이라는 진단을 받는 이유를 우리 문학사에 의해 버려진 바리데기 신화를 통해 극복하고 있다.

 남성들의 세상에 의해 내버려졌던 여자 바리데기를 뮤즈의 자리에 올려놓는 그의 이런 지적은 여성적 글 쓰기의 원천에 대한 진지한 모색이다.

◈「황금나침반」1·2 필립 풀먼. 김영사. 각 권 7500원.
 「반지의 제왕」을 잇는 판타지의 걸작으로 꼽히는 필립 풀먼의 황금 나침반 시리즈의 완결편. 반지의 제왕만큼 웅장한 이야기를 죄거나 늦추고 때로는 속도감 있게 몰아붙이는 작가적 역량이 돋보인다.

 선과 악의 대립, 교권에 대항하는 두 어린아이가 전하는 구원의 메시지가 묵직한 주제를 중심으로 환상적인 모험과 어우러지며 판타지 소설 특유의 흥분을 전해준다.

 호러·미스터리·액션·모험·판타지 등 각 장르의 특성이 탄탄한 이야기 구도 속에 담겨져 독자들의 흥미를 돋군다.

 ‘더스트’라는 존재의 근원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인간·데몬·마녀·스펙터·괴물·반역천사들의 모험담은 판타지 문학의 본령을 보여준다.

◈「세상 밖으로 난 다리」 신장현. 문학과 지성. 8000원.
 천형의 불구, 퇴출을 바라보는 실패한 직장인,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남녀, 부당한 폭력을 받고는 자폐의 늪에 빠진 사람 등 상처받은 인물들에 대해 작가는 한없이 따뜻한 시선을 보낸다.

 지난 97년 늦깎이로 등단한 신장현의 첫 소설집인 이 책은 사람들의 상처를 바라보며 자신의 내면의 상처에 응시하게 만든다.

 미심쩍은 희망과 평면적인 분노 모두를 거부하는 작가의 태도는 견디기 힘든 세계와 정직하게 대면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내면으로 고개를 돌릴 필요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독한 상처를 겪고 있는 인물들의 삶에 대한 따스한 시선과 침착함이 돋보이는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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