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 제주대 건축학부 교수·논설위원

광복로는 부산의 원도심을 관통하는 작은 도로다. 일제강점기부터 있었던 도로이며 해방 후 광복을 기리기 위해 광복로라는 이름을 붙였다. 영화로도 유명한 국제시장과 연결된 도로이기도 하다. 원도심 상권의 중심이기도 했던 광복로는 2000년 초부터 낙후되는 원도심과 함께 위기를 맞게 된다. 

현재 제주의 원도심 상황과 비슷했다. 2005년 부산시는 원도심 재생의 일환으로 광복로를 시범가로로 지정하고 이 지역의 도시재생을 추진한다. 그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지금 제주는 관덕정 광장 복원으로 지역사회가 혼란에 빠졌다. 원도심 도시재생 전략을 수립하고 이에 대한 계획의 하나로 추진하는 관덕정 광장 복원이 시작부터 삐거덕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부산의 광복로 재생과 비교하면 아주 쉽게 답을 찾을 수 있다. 그 답은 '주민 참여'이다. 

2006년 부산대 건축학과 우신구 교수가 제주대에서 주관하는 시민건축대학에서 강연을 했다.

당시 광복로 재생의 총괄건축가였던 그가 강연을 통해 광복로의 성공적인 도시재생의 핵심으로 강조했던 것이 '주민 참여'였다. 당시 강연에 지역의 행정, 전문가들이 다수 참석했음에도 불구하고 10년전 우교수의 이야기를 지금 다시 꺼내야 한다는 사실이 못내 아쉽다. 그러나 향후 성공적인 제주 원도심 재생을 위해 그가 강연을 통해 강조했던 주민 참여에 대해 몇 가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부산시가 광복로 재생을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은 광복로시범가로추진위원회의 구성이었다. 주민 참여는 이 첫 조직 구성부터였다. 사업의 성패가 주민 참여에 있다는 점을 처음부터 인식했던 것이다. 추진위는 지역주민, 행정을 담당하는 공무원, 전문가로 구성됐으며, 이 추진위는 실행조직인 시범가로추진단과 지역주민을 대변하는 광복로주민협의회와도 긴밀하게 협의하고 소통했다. 이후 추진위와 추진단, 주민협의회가 공동으로 광복로사업협의회를 만들었고, 이 협의회 주관으로 수차례의 공청회와 설명회, 주민학교, 주민감리제도, 주민협약 등을 시행했다.

우교수의 말을 빌리면, 처음에는 지역주민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데 상당히 어려웠고 시간도 많이 들였지만, 주민들이 호응하면서부터는 사업실행에 가속도가 붙었다고 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광복로 재생 아이디어를 국제 공모로 추진함과 동시에 최종 선정안을 행정이나 전문가가 심사한 것이 아니라 지역주민의 투표로 심사, 선정했다는 점이다. 이처럼 광복로 재생은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주민 참여가 핵심이었고, 그 결과 우리나라 도시재생 사업의 성공사례가 됐다.

2017년 제주는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 지난 2월 관덕정 광장 복원 주민설명회는 파행으로 끝났다. 여기에 지역주민과 적극적으로 소통, 협력하려는 모습은 없었다. 부산 광복로 사례와 비교할 때 관덕정 광장 복원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 원도심 재생의 첫 단추가 지역주민임에도 불구하고 주민을 배제한 것이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제주의 성공적인 원도심 재생을 위해서는 지역주민의 참여는 필수이다. 조금 늦더라도 지역주민과 같이 머리를 맞대야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다. 이를 위해 제주 도시재생지원센터는 이름에 걸맞게 역할을 해야 한다. 

현재 도시재생지원센터의 역할이 보이지 않는다. 파행으로 끝난 주민설명회를 "솔직한 의견을 확인하는 계기이자 공론화의 장을 마련하는 계기가 된 자리였다"는 말은 변명에 불과한 수사로 들린다. 

주민의견을 듣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주민을 사업에 참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추진위, 추진단, 협의회 등 어느 조직을 구성하든지 지역주민을 참여시켜 주민의 의견과 아이디어를 들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행정과 도시재생지원센터는 지역주민과 함께 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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