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까지의 활로가 오늘은 퇴로로 전락할지도 모를 세상이다.한가지 주력상품만 가지고 있는 기업은 내일 또 어떻게 될지 모른다.특히 그것이 요즘 번창하는 컴퓨터·인터넷 사업의 경우 더욱 그렇다.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아이템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한번 뒤쳐지면 따라잡기가 힘들 정도다.이것은 비록 기업의 문제만은 아니다.사회분위기의 변화,그에 따른 모든 생각이 점차 가속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형상이다.급기야 오랜동안 도덕률의 근본으로 자리해온 유교적 관행에도‘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라는 주장과 맞부딪치게 됐다.그뿐인가,한 가요의 가사는‘모든 걸 다 바꾸자’고 소리를 높인다.그건 유행의 부스러기가 아니라 때마침 총선과 맞물려 공감을 얻고있는 대목이기도 하다.그만큼 변화의 폭이 커졌다는 증거인 셈이다.

변화는 어느날 갑자기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저변이 있고 그 위에 하나씩 쌓아 가는 과정에서 일어난다고 봐야 옳을 것이다.20세기의 기계문명은 한 단계씩 첨삭을 거듭하며 발전해왔고 그에 따른 문화도 점진적 발전을 거듭해온 것에 미뤄 짐작이 가는 일이다.그러나 21세기의 주력산업으로 떠오른 지식·정보산업의 수단인 컴퓨터는 변화의 방향이나 발전단계에 대한 예측을 불허한다.그것은 가상공간이라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현실에 나타날 결과에 대한 책임과 두려움이 없이 자유로운 실험이 가능한 것이다.한창 열기를 더하는 컴퓨터게임은 이러한 이점을 충분히 살린 결과다.얼마든지 잔인해질수도,미답의 세계를 체험할수도 있다.수많은 전쟁놀이 게임이 그렇고 여러분야의 시뮬레이션이 그런 것이다.

이런 실험과 현실화를 추구하는 일은 사람의 몫이다.아무리 사이버세계가 한 시기를 풍미한다해도,옳고 그름의 사고체계를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다만 제2의 <지킬박사와 하이드>유형이 나타날 가능성은 있다.그것이 현실로 나타날 때 혼란은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세계 초일류의 인터넷 홈페이지가 해커들의 공격으로 일시중단돼 혼란을 겪은 일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어쨌든 새로운 변화에 유능한 인재들의 도전이 만만치 않다.너나없이 벤쳐창업,기술개발에 열을 올린다.일부직종에 몰리던 기존의 판도와 크게 달라진 것이다.이에 반해 새로운 패턴의 사회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낙오대열에 끼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도 많다.

최근 노자의 <도덕경>을 새천년의 지표로 삼아야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사람다움’을 강조하는 도올선생의 TV철학강의는 폭발적인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인간성 회복에 대한 일반인의 호응이다.빠른 템포로 각박해지고 혼란스러워진 세태에 주는 심오하고 신선한 충격이다.특히 그가 모두에 내세운 3가지 화해는 무엇이 사람답게 사는 일인지를 잘 보여준다.인간과 자연과의 화해,종교와 종교간의 화해,지식과 삶의 화해가 그것이다.

우리의 삶의 방향은 순간의 발상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한다는 점이다.영원한 진리가 기준이어야 한다는 소리에 다름아니다.그걸 소화하는 일도 우리의 몫이지 않을까. <고순형.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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