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근 제주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장·농학박사

매년 3월11일은 정부에서 법정 기념일로 정한 '흙의 날'이다. 흙의 날을 법정 기념일로 제정한 이유는 흙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범 정부적으로 흙살리기 정책을 촉구하기 위해 2015년 처음으로 제정해 올해로 두해 째를 맞고 있다.

이날을 흙의 날로 정한 이유는 숫자 3은 '하늘(天)과 땅(地), 사람(人)' '농업·농촌·농업인', '뿌리고, 기르고, 수확한다'는 복합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또 11은 숫자 10의 한자(十)와 1의 한자(一)를 합한 흙(土)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가까이 있을 때 소중함을 잘 모른다"는 말처럼 우리는 흙의 소중함을 잘 모른 채 살아가고 있다. 1996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스몰리는 인류에게 닥칠 다섯가지 문제로 '에너지·물·식량·환경·빈곤'을 들었다. 그는 이 모든 것이 흙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문제 해결을 위해 흙의 관리가 중요하다고 설파했다. 그러나 산업화, 도시화 및 인구증가는 공장과 생활, 축산폐수 및 화학농법 등으로 농경지의 황폐화를 가속시켰다. 1992년 리우환경선언은 이러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아젠다21에 지속가능한 농업 및 농토개발을 명시했다. 

이에 발맞춰 제주도농업기술원은 1996년 5월부터 1999년까지 5년에 걸쳐 범도민 흙살리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했다. 

이 기간 동안 5만6594㏊ 감귤원을 비롯해 밭에서 9만8000점의 토양을 분석했다. 이 결과를 DB화시켜 '흙토람' 웹사이트를 구축했고, 2011년부터 16만4000필지에 대한 시비처방으로 균형시비와 토양개량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토양개량제 공급량이 1.5배 늘면서 제주도 농경지의 pH를 4.9에서 5.3으로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감귤원 초생재배, 채소연작지 풋거름작물 재배 시범은 부족한 유기물을 공급함으로써 미생물 활성에 의한 토양환경 개선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이러한 다양한 노력이 농가 인식의 전환으로 이어지면서 화학비료 사용량을 2000년 ㏊당 1540㎏에서 2015년 630㎏까지 줄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제주의 농경지 대부분은 화산의 영향을 받은 토양으로 강우에 의해 비료성분이 쉽게 빠져 나가고, 산성을 띄며, 작물이 이용하기 어려운 인산 형태로 존재한다. 이러한 특성이 다른 지역보다 높은 비료사용을 가져와 토양내 양분 불균형이 계속되고 있다.

오랜 경작으로 인한 토양 물리성의 악화도 생산성 저하와 작물의 생리장해를 다양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에 농업기술원은 매년 1만점이 넘는 토양 검정서비스를 통한 시비처방으로 적정 양분관리를 지도와 경작지 염류집적 경감과 물리성을 개선하기 위한 연구사업도 수행하고 있다. 친환경 농업기반 조성을 위해 지역에 적합한 유용미생물을 찾아 특허출원하고 시군센터를 통해 연간 150만t을 공급하고 있으며, 연간 190㏊에 녹비용 종자를 보급하고 있다. 

더불어 친환경 유기재배 농가의 확대를 위해 양분관리 매뉴얼을 개발하고 초생재배실증을 통해 친환경적인 토양관리 방법을 확대, 보급하고 있다. 

흙 살리기는 지속생산과 환경보전을 위하여 건전한 토양을 유지하는 기술을 구축하는 것이지만 이는 정부와 농업관련 단체에서만 해야 할 일은 아니다. 

생활오수와 폐기물 투입에 의한 오염, 산성비에 의한 양분 손실 등의 토양 오염 해결은 국민 모두가 생활쓰레기와 농업폐기물을 줄이고 깨끗한 환경보존을 위한 행동을 실천할 때 가능해질 것이다.

1㎝의 토양이 생성되는데 약 200년이 걸린다고 한다. 토양은 인간 수명의 틀 내에서는 재생 불가능한 자원이다. 따라서 흙도 건강할 때 진단하고 처방에 따라 고쳐나가야 한다. 건강한 흙에서 자란 식물을 통해 사람도 건강해 지는 흙에 의존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만큼 우리 모두의 건강한 삶을 위해 흙을 잘 가꾸고 보전해갈 것을 흙의 날을 맞으면서 다시 한번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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