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봉훈 변호사

법률을 비롯한 모든 제도는 성긴 그물과 같다. 발생 가능성이 있는 경우의 수를 반영해 법률을 제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 걸 만들려면 한 개 법률의 조문 수만 해도 수천, 수만에 이르러야 할 것이다.

이런 연유로 법률을 제정할 때는 원칙과 근간이 되는 조문을 만들어놓고 구체적인 사항은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등 하위법규로 보충하게 하는 방법을 쓴다. 그래도 막상 문제가 발생하면 성문법의 조문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그래서 법률의 해석이 필요한 것이고, 법률 해석은 최종적으로 법원의 판결에 의해 권위를 부여받게 된다.

부동산실명법의 제정으로 종전에 널리 행하던 부동산 명의신탁의 관행은 위법한 것으로 선언됐다. 

부동산실명법에 의하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 기타 물권을 보유한 자 또는 사실상 취득하거나 취득하려고 하는 실권리자가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보유하거나 보유하기로 하되 그에 관한 등기는 그 타인, 즉 명의수탁자 명의로 등기하기로 하는 약정을 무효로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해 등기를 마친 명의신탁자에게는 무거운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만일 아버지가 미성년자인 아들을 대리해 그 아들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진 부동산을 제3자 앞으로 명의신탁해 소유권이전등기를 한 사실이 밝혀진 경우, 해당 관청은 미성년자의 법률상 대리인인 아버지에게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을까.

이 경우는 그 대리인에게 과징금을 부과할 수 없다는 것이 판례다. 명의신탁자의 법률상 대리인에게도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그 미성년자가 당해 부동산 외에는 자력이 없고 그 부동산이 과다한 담보설정으로 잔여 가치가 없으면 과징금 부과는 아무런 실효성이 없게 된다. 법률의 맹점이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