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제주항에 기항한 크루즈 여객선 코스타 세레나호에서 내린 중국인 단체관광객들, 이날 이후 중국의 방한 관광이 전면 통제되면서 사실상 크루즈로 제주를 찾은 마지막 유커들이 될 전망이다. 김대생 기자

올해 765항차 예정됐던 크루즈 사실상 21항차만 남아
제주행 하늘길도 반토막 16일 이후 대부분 중단 전망
여행사·전세버스·식당 등 업계 및 지역상권 '자포자기'

몰려드는 중국인 관광객들로 호황을 누리던 제주가 하루아침에 '유커없는 섬'이 됐다.

15일을 마지막으로 유커들의 방한 관광이 전면 통제되면서 중국발 크루즈들이 뱃머리를 돌리고 있는데다 하늘길도 급격히 좁아지는 등 중국-제주 간 통로가 사실상 차단됐다.

제주도에 따르면 올해 제주에 입항하는 크루즈는 지난해 말 기준 765항차였다.

한반도 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결정 이후 한·중 관계가 경색되면서 지난달 1일 704항차로 줄어든 크루즈 입항 횟수는 15일 현재 513항차로 급감했다.

그러나 남은 항차마저도 중국발 크루즈가 전체의 96%(492항차)를 차지하고 있어 사드 갈등이 지속될 경우 16일 이후 제주에 기항하는 크루즈는 단 21척에 불과하다.

더욱이 로열캐리비언·코스타크루즈·스타크루즈 등 대형 선사들이 방한 일정 대부분을 일본으로 변경하고 있어 향후 한·중 관계가 정상화되더라도 제주행 수요가 회복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제주와 중국을 잇는 하늘길도 이미 반토막났다.

제주도가 중국 5개 지역 관광홍보사무소를 통해 파악한 결과 15일 현재 푸동발 제주행 21편을 비롯해 △닝보 9편 △천진·난퉁 8편 △항저우 7편 등 모두 87편이 중단됐으며, 5편이 감편됐다.

동계스케줄에 예정된 162편 중 56.7%가 중단·감편된 것으로, 항공업계는 남은 70편 역시 16일 이후 수요가 사라질 경우 대부분 중단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하고 있다.

유커 감소로 영업난에 직면했던 관광업계는 '자포자기' 상태다.

중국 여행사로부터 유커들을 유치해왔던 향토여행사들은 16일 이후 스케줄이 텅텅 비었다.

도내 A여행사 관계자는 "한달 평균 60팀을 유치해왔지만 현재 예약율은 0%다"며 "중국 여행사를 통하지 않고 제주를 방문하는 개별관광객들도 자국 내 반한감정이 고조되면서 자발적으로 예약을 취소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크루즈를 비롯해 단체 유커들을 수송해왔던 전세버스업계와 손님의 절반 이상을 중국인으로 채웠던 관광 식당들 역시 예약건수는 전무하다.

숙박업계는 내국인 관광객 위주의 업체들만 가까스로 버티고 있을 뿐 유커 수요를 믿고 우후죽순 들어선 중·소형 호텔들은 사실상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

지역상권 역시 사드 광풍에 무너지고 있다.

제주시중앙지하상가와 바오젠거리의 매출은 한한령 등 중국의 사드 보복이 가시화되면서 반토막난 이후 '방한 금지령' 이후 또 다시 절반으로 줄었다.

화장품·의류점 등 유커들이 많이 찾는 매장들은 매대 가득 붙여놨던 중국어 홍보물들을 하나 둘 떼어내는 한편 중국인 통역 직원들도 줄이고 있다.

제주시중앙지하상가 상인회 관계자는 "16일부터 유커들의 발길이 아예 사라지기 때문에 자구책으로 도민 마케팅을 강화키로 했지만 극심한 내수 침체로 큰 기대는 못하고 있다"며 "안팎으로 위기가 겹쳤지만 어떠한 대응도 할 수 없다는 현실이 너무 비참하다"고 말했다. 고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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