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길 농협대학교 경영학과 겸임교수, 논설위원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 소추안을 인용하면서 정국은 5월9월 조기 대선 국면으로 전환됐다. 

이번 대선 국면에서 핵심 쟁점으로 부각된 것은 연합정부론(이하 연정론)이라 할 것이다. 한국 정치 지형은 강경 보수 지향의 자유한국당, 온건 보수의 바른정당, 중도 우파적인 국민의당, 중도 좌파의 더불어민주당, 진보적인 정의당으로 구성된 다당제 구도를 구축하고 있다. 

따라서 어느 정치 세력도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해 대선 이후 정국 안정을 위해 타 세력과 협치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현재 대다수 대선 후보가 차기 정부 운영의 핵심 요건으로 협치에 기반한 연정론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국민들 다수 여론도 연정론에 우호적 입장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연정론에 관해 그 실행 여부와 형태에 있어서 후보별로 일정한 차별화가 존재한다. 

대선 후보별 연정론에 대한 입장을 보면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협치를 강조하지만 '문재인 대세론'의 영향으로 연정론에 대해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안희정 충남지사의 대연정론이 크게 주목받자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권연정론에 대해 검토하기 시작했다. 안 지사는 개혁 의지를 전제로 자유한국당까지 포괄하는 제반 정당으로 구성된 대연정론을 제시했다. 사실 안 지사는 중하위권의 지지율을 맴돌다 대연정론을 통해 2위권으로 급부상, 연정론으로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반해 이재명 성남시장은 안 지사의 대연정론이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에 대한 정치적 면죄부를 줄 우려가 있어 이들을 배제한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으로 구성된 야권연정론을 제안했다. 

국민의당의 경우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협치에 동감하지만 연정론에 소극적 태도를 보여줬다. 그러나 안 전 대표는 문재인 대세론이 강화되거나 중위권에 고착화된 지지율을 탈피하지 못하면 연정론 카드로 돌파구를 마련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반해 손학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와 함께 개헌을 매개로 국민의당, 바른정당, 더불어민주당내 비문 세력, 자유한국당내 비박 세력을 포괄, 문 전 대표에 대항하는 반문 개혁연정론을 제시했다. 박주선 국회부의장도 거의 모든 정파를 망라하는 대연정론에 기반하고 있다. 

한편 바른정당 후보 중 유승민 의원은 바른정당, 국민의당, 자유한국당과의 후보 단일화를 통한 연정론을 제안했다. 본래 연정론의 원조격으로 도정에서 연정론을 실험한 남경필 경기지사 역시 바른정당, 국민의당, 더불어민주당 비문 세력과의 연정론에 적극적이다. 

자유한국당의 경우 다수 후보가 난립 중이지만 대통령 탄핵의 충격으로 현재 연정론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보여줄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정의당의 경우 심상정 후보가 대선 완주론을 제시했지만 국면 전개에 따라 더불어민주당과의 연정론에 주력할 가능성도 있다. 

결국 현 시기 후보들이 연정론에 기반하거나 연정론으로 귀착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안 지사, 손 전 대표, 김 전 대표, 남 지사의 연정론은 포괄적인 성격을 띠고 있어 대연정론에 가깝고 이 시장, 유 의원의 연정론은 소연정론에 준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연정론은 본래 다당제 구도하 정국 안정을 위한 전략적 방안으로 모색됐지만 조기 대선 정국에서 문재인 대세론에 대항하기 위한 반문 연합전선의 전술적 일환으로 검토되고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이번 대선 구도는 문재인 대세론이냐 반문 연정론의 대결로 볼 수도 있다. 문 전 대표는 대세론을 앞세워 당내에서 안 지사의 대연정론과, 당 밖에서 김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대연정론과 치열한 대결을 전개해 나갈 전망이다. 

향후 연정론이 대선 국면에서 대선 후보들에 어떤 정치적 작용을 하고 대선 이후 정국 운영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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