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편집부장 대우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랑' '행복'의 상징인 장미. 계절의 여왕이 5월이라면 꽃의 여왕은 단연 장미일 것이다. 사랑하는 여성에게 장미꽃을 선물하는 데도 과학적인 이유가 있다. 장미꽃 향기에 여성 호르몬을 자극하는 성분이 들어 있어 여성들이 향을 맡으면 기분이 좋아지게 된다는 것이다. 

아름다움의 대명사 장미에는 치열했던 역사도 숨어 있다. 잉글랜드 귀족 가문들은 1455년부터 1485년까지 30년간 왕권을 둘러싸고 내전을 벌였다. 전쟁을 벌인 랭커스터와 요크 가문의 상징 문장이 각각 붉은 장미와 흰 장미여서 '장미전쟁'으로 불린다. 당시 왕은 랭커스터 출신 헨리 6세였다. 재정 파탄에 정신착란증으로 왕권이 뿌리째 흔들렸다. 이 기회를 틈타 요크 가문이 공격을 감행했고 1641년 에드워드 4세가 왕위에 올랐다. 추방됐던 헨리 6세는 절치부심하다 에드워드 4세를 내쫓고 다시 왕권을 찾는다. 에드워드 4세도 지지세력을 결집해 1년만에 헨리 6세를 살해했다. 그가 사망하자 왕권은 12살짜리 에드워드 5세로 넘어간다.

그러나 삼촌인 리처드 3세가 왕위를 빼앗았는데 반란과 측근 배신으로 랭커스터 가문에 권력을 넘겨줘야 했다. 왕권을 차지한 헨리 7세는 튜더 왕조를 열고 요크 가문의 딸과 결혼함으로써 무려 3만5000명의 희생 끝에 전쟁이 종식된다. 1908년 3월8일 1만5000여명의 미국 여성 섬유노동자들이 러트거스 광장에 모여 10시간 노동제와 작업환경 개선, 참정권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다. 이들은 "빵(생존권)과 장미(참정권)을 달라"고 외친다. 이를 기념하며 '3·8 세계여성의 날'이 제정됐다. 부부간의 갈등을 소재로 한 '장미의 전쟁(The War of the Roses·1989년)'이라는 영화도 있다. 행복한 가정을 꾸리며 살던 로즈(Rose) 부부가 언젠가부터 한치의 양보도 없는 처절한 싸움으로 비극적 결말을 맞는다는 내용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오는 5월9일 조기대선이 확정됐다. 선거가 장미 개화기에 치러져 이른바 '장미대선'으로 불린다. 한겨울 추위속에서도 촛불을 밝혀온 국민들이 이뤄낸 결과다. 치열하지만 공정한 대선을 통해 아름다운 장미처럼 민주주의가 피어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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