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모아 제이씨씨㈜ 경영본부 과장

며칠 전 중국인 관광객 가이드를 하는 친구를 만났다. 평소 일이 많아 얼굴 한번 보기가 힘들었던 친구와 오랜만에 긴 시간동안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사드사태 덕이다.

화제는 단연 중국인 관광객 문제였다. 중국의 사드보복 이야기가 나오면서 관광객이 점차 줄어들더니 지금은 아예 송객 자체가 없다고 한다. 내친 김에 가이드를 하며 그간 안타까웠던 이야기를 토로한다. 중국인 관광객이 제주도에 기여하는 경제효과는 없고 쓰레기, 오물이나 남기고 간다는 말을 들을 때는 속상하고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가이드를 하다보면 중국인 관광객을 인솔하고 딱히 갈 곳이 없다고 한다. 자연관광지를 제외하면 기껏해야 소규모 테마파크 몇 군데를 둘러보는 것이 전부다. 1500만명 관광객이 찾는다는 세계적인 관광지라면서 그들이 볼 만한, 놀 만한, 즐길 만한, 돈을 쓰게 할 만한 시설은 마련돼 있지 않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들이 지갑을 열지 않고 피해만 끼친다고 불평한다. 

사태가 악화되자 부랴부랴 다른 동남아국가로 관광마케팅을 확대한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단기처방에 동남아 관광객들이 제주도 관광을 나설지 의문이지만 오더라도 기존의 중국인 관광객들과 얼마나 다른 양상을 보일까.

갖춰진 인프라가 없으면 사드뿐만 아니라 조그마한 경기의 부침에도 제주관광은 흔들린다. 다각화가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중국이든 동남아든 양질의 외국인 관광객을 안정적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매력적인 관광시설을 갖춰놓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이다. 

"잘쿤다리여~" "내 그럴 줄 알았다"라는 뜻이다. 일이 끊어진 친구가 제주도 관광업 그간의 실기에 일침을 가하는 말이다. 아무런 준비와 기반도 없이 관광의 위기를 맞고서도 정작 필요한 것, 우선적으로 해야 할 방향을 잡지 못하는 이 상황이 매우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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