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필 제주관광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논설위원

올해 우리나라는 인구 3대 재앙을 맞는다. 저출산·고령화·생산인구의 감소가 그것이다. 인구 통계 이래 처음으로 신생아 수가 30만 명대로 줄어든다. 

반면 65세 이상 고령층은 연말쯤이면 전체 인구의 14%를 넘어 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여기에 생산과 소비의 주체인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올해부터 감소한다. 이른바 인구절벽의 벼랑에 서게 된 것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인구구조의 변화가 그 어떤 나라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 사회를 경험한 국가들의 경우 초 고령사회로 이행되기까지 80~130년이 걸렸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26년밖에 안 걸린다. 게다가 유럽 선진국들은 고령사회 진입 후 20년 정도 시점에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고령사회가 오기도 전에 생산가능 인구가 감소한다. 고령화속도는 물론 인구절벽 역시 세계 신기록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인구절벽 현상을 복지비용 측면에서 살펴보면 일하고 세금을 낼 생산인구는 줄어드는데 세금을 쓸 복지대상자는 급격히 증가하는 것이다. 현재는 다섯 명이 노인 한 명을 부양하지만 2060년에는 100명당 80명, 거의 한사람이 노인한 명을 부양해야 한다.

복지영역뿐 아니라 인구절벽현상은 사회전반에 거대한 파고를 예고한다. 우선 성장잠재력을 당장에 약화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인구절벽으로 인해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될 수 있으며 특히 소비침체와 복합불황을 몰고 올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이 일본처럼 잃어버린 20년의 장기 저성장의 늪에 갇힐 수 있다는 경고다.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렀나. 2006년부터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추진에 쓰인 예산은 올해까지 총 120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합계출산율은 2006년에 1.12명을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1.17명으로 오히려 주저앉았다. 정부가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들였지만 헛발질했다고 비난받는 근거다.  
거대한 재정을 투입하고도 저출산 기조를 돌려놓지 못하고 인구절벽의 벼랑에 선 대한민국의 2017년, 대통령은 파면됐고 청와대는 비어있다. 공은 이제 차기 정부로 넘어갔다. 

양육수당 지급, 무상보육 전면 확대, 남성 유급 출산 휴가 한 달 실시, 12세 미만 월 10만원 아동수당 지급, 국공립 어린이집 30% 확대. 2012년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가 내건 주요 저출산 공약이다. 

다시 대선레이스가 시작되면서 후보들이 저마다 화려한 공약을 제시한다. 

그러나 저출산 공약은 지난 18대 대선공약을 좀 더 세게 부르는 것 외에 새로운 프레임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2017년은 사정이 다르다. 인구재앙이 앞마당까지 들어섰다. 당장 오늘부터 아이를 많이 낳아도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이 되면서 가속화되는 인구고령화와 저출산 시대에 태어난 세대의 생산인구 편입으로 인한 생산인구 감소는 일정기간 피할 수 없는 현상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출산장려 정책과 더불어 '적응 전략'도 함께 마련해야 할 때다. 

조기 대선 탓에 아직 전열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겠지만 대권을 꿈꿨다면 한두 해 준비한 것이 아니지 않나.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라면 인구문제에 있어서는 공약단계에서부터 시간지평을 지녀야 한다. 그래서 향후 20~30년 후를 내다보며 폭증하는 복지 수요와 또 복지 공급의 여력을 감안하는 혜안을 가져야 한다. 국가의 미래가 달린 인구 문제에 장기적이고 종합적이며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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