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여파로 입항 취소시 임시시설 설치 혈세 낭비
선상 검사는 외국인 이탈 방지 이유 CIQ기관 '난색'
제주항 통합 운영도 선사가 거부할 경우 강제 못해

제주도정이 오는 7월로 예정된 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강정항) 크루즈항 개항을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공사 지연으로 완공이 늦어지면서 임시 출입국시설을 설치키로 했지만 중국발 크루즈선들의 무더기 취소로 예산 낭비가 우려되는데다, 별도 시설이 필요 없는 선상검사는 CIQ기관들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에 따르면 올해 7월부터 연말까지 강정항 크루즈항에 기항키로 한 크루즈선은 20일 기준 총 168항차다.

도는 당초 7월로 예정됐던 강정항 크루즈항 완공이 내년 3월로 지연됨에 따라 완공 전 강정항을 통해 입도하는 크루즈 관광객들의 출입국 수속을 위해 예산 5억원을 투입, 입·출국 심사대 20개를 임시 설치키로 했다.

그러나 중국의 방한관광 제재가 장기화 될 경우 강정항에 입항키로 한 크루즈선 대부분이 취소될 수밖에 없어 예산을 들여 설치한 임시시설 자체가 무용지물로 전락할 우려를 낳고 있다.

도 관계자는 "예정된 크루즈가 모두 취소될 경우 개항 후 철거되는 임시시설을 예산 들여가며 설치할 이유가 없다"며 "그러나 사드 갈등 해소로 크루즈선들이 예정대로 입항할 가능성도 염두할 수밖에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도는 임시시설 설치 없이 선내에서 출입국 수속을 진행하는 '선상검사'를 CIQ기관(세관·출입국관리·검역)에 요구할 예정이지만 수용 여부는 불투명하다.

제주는 무비자 지역인 만큼 외국인들의 무단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출입국 심사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는 게 CIQ기관들의 입장이다.

제주항 통합 운영도 미지수다.

도는 지난 13일 제349회 제주도의회 임시회 당시 제주항과 강정항에서 동시에 크루즈 부두를 운영할 경우 예산·인력 낭비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에 대해 제주항으로의 통합 운영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크루즈선사가 거부할 경우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도 관계자는 "결국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사드 갈등 국면이 조기에 해소되는 것"이라며 "금주 내로 CIQ기관들과 회의를 진행하는 등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고려해 가장 합리적인 대처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고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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