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성 논설실장·서귀포지사장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보복에다 미국의 금리 인상까지 겹치면서 제주경제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이 지난 15일부터 여행사를 통한 한국 단체관광을 금지시킨 이후 제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 이들이 즐겨 찾던 성산일출봉과 용두암·신제주 바오젠거리 등지에서 중국인들이 거의 자취를 감췄다.

또 지난 18·19일 열린 제19회 서귀포 유채꽃 국제걷기대회에 300명 규모로 참가할 예정이던 중국 다롄시가 정부 허가가 나오지 않았다며 불참하는가 하면 이달중 제주도내 수산물 수출 협상을 위한 관련협회의 방문도 중국측에서 무산시켰다. 중국측은 자국내에서 반한감정이 높아져 협회 관계자들에 대한 신변 보장을 장담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중국이 관광뿐만 아니라 민간분야의 인적·경제적 교류까지 제한하며 사드 배치에 따른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차제에 제주관광의 체질을 개선하는 계기로 삼자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제주도, 제주도관광협회, 제주관광공사 등이 중국인에 치우친 외국인 관광객시장을 다변화하기 위해 동남아시아와 무슬림 등을 대상으로 한 유치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서는가 하면 내수시장에도 한줄기 빛이 비치고 있다. "그동안 제주도를 차지했던 중국인들이 없으니 이제 제주에 관광을 가자"는 분위기가 서서히 조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한국관광 중단이 장기화할 경우 피해는 불가피하지만 당장 제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국의 금리 인상과 국내 금융권의 대출 규제가 더 클 것이라는 분석도 없지 않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지난 15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데 이어 올해 최소 두 차례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하자마자 국내 은행들은 곧바로 잇속 챙기기에 나섰다. 한국은행이 "미국이 금리를 올렸다고 한은이 기준금리를 기계적으로 올리는 것은 아니다"고 공식 발표했는데도 이익 확충에 혈안이 된 은행들이 인상 대열에 합류, 가계 빚에 뇌관을 매달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가계부채는 1344조원으로 1년새 141조원이나 늘었다. 한은은 대출금리가 1%포인트만 올라도 변동금리를 적용받는 가계의 이자부담은 연간 9조원 늘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작년말 가계대출 잔액이 11조3000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3조2000억원(38.9%) 불어난 제주지역의 추가 이자 부담도 천문학적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가계대출이 급증하면서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 심사를 강화하는 등 은행권 대출을 조이자 수요가 제2금융권으로 쏠리는 '풍선효과'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이 때문에 종전 연 2~3%에 그치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급등하기 시작, 지난달 서귀포시지역의 한 도시생활형주택은 400세대가 모두 분양됐는데도 모 저축은행을 통해 주택 연 6%, 상가 6.7%라는 고금리로 겨우 집단대출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결국 가계부채 증가추세를 억제하기 위한 대출규제 강화가 중국의 사드 보복 및 미국 금리 인상과 겹쳐 건설사는 물론 주택 구입 실수요자와 기존 대출자 등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가중시켜 내수 부진으로 인한 경제 침체의 악순환에 빠질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급증하는 가계대출이 금융대란으로 이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적절한 수준에서 조절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정부가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라는 식의 정책을 추진하다 이제 와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능사가 아님은 분명하다. 

따라서 부동산 투기 등을 위한 고소득층 대출은 막되 저신용·저소득층의 생계형 대출을 탄력적으로 적용하고 햇살론과 같은 서민금융을 적극 공급하는 등 여건에 맞는 정책이 선행돼야 한다. 소를 죽이지 않고 소뿔만 바로잡는 지혜가 간절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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