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출신 안현주 한성대 부교수 16번째 개인전 진행
디지털패션 일러스트레이션 접목…28일까지 연갤러리

얼마 전 제주 섬을 한바퀴 휘휘 돌며 곳곳에 씨를 뿌리고 영등'할망'이 돌아갔다. 전설을 뒤져보면 딸도 있고, 며느리도 있으니 나이가 지긋할 거라 추측을 한다. 하지만 따져보면 제주 전설 속 '할망'은 할머니가 아니라 여신을 부르는 말이다. 그렇다면 하루방은 어떤가.

제주시 연갤러리에 자리를 깐 돌하루방은 조금 낯설지만 즐겁다. 두툼한 허리춤에 바지를 걸치고 누군가를 위한 노래 유채꽃다발을 등 뒤에 감춰둘 만큼 낭만적이다. 먼 섬나라 원주민들이 그렸을 법한 문양과 패턴으로 치장이란 것도 해본다. 나이가 아니라 생각이 문제라는 듯 자유롭게 기분을 발산한다. 그것이 밉지 않다.

제주 출신으로 한성대 패션디자인전공 부교수인 안현주 작가가 자신의 16번째 개인전 '돌하루방의 외출'에 꺼내놓은 것들이다.

제주를 지키는 수호신이라며 늘 거무죽죽한 현무암 색에 두툼하니 구멍숭숭 뚫린 코, 근엄한 표정, 벙거지 같은 모자를 쓴 모습만 고집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발칙한 상상이 유쾌하다.

디지털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의 한 방법인 렌티큘러 효과를 입고 외출한 돌하루방은 요즘 아이들이나 할 법한 제스처에 색안경까지 끼고 웃는다. '꽃중년'과는 느낌이 다른 것이 억지로 꾸민 것이 아니라 태생부터 즐거워 보인다. 전시는 28일까지. 문의=010-9346-8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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