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천호 국립기상과학원장
날씨 예측은 북한을 포함해 전 세계 모든 나라의 관측과 각종 기상정보를 함께 이용해야 하므로 세계 각국의 기상청은 유엔(UN)의 틀 안에서 서로 협조 체계를 갖추고 있다.
세계기상의 날은 세계기상기구(WMO)가 UN의 전문기구로 지정된지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1961년 3월23일에 시작됐다. 매년 날씨 또는 기후와 관련된 세계기상의 날 주제를 정하는데 금년에는 기후와 물 순환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구름 이해하기'다.
지구에서 물은 세가지 형태(고체, 액체 그리고 기체)로 존재한다. 공기 중에는 수증기(기체)가 포함돼 있지만 구름방울로 응결될 때야 그 모습을 드러내며 덧없이 시간속을 떠돌면서 엉키고 펼쳐지고 풀어진다.
구름은 아주 작은 물방울과 얼음 덩어리의 입자들로 이뤄져 있다. 구름 입자들은 크고 작은 것들로 이뤄져 모든 색깔의 빛을 산란시킨다. 이 모든 색깔의 빛이 다 모여 구름은 흰색으로 보인다.
또한 태양 빛에 따라 구름은 다양하고 복잡한 색을 드러낸다. 성산일출봉의 해돋이도 고산 수월봉의 해넘이도 구름 한 점 없는 경우보다 어느 정도 구름과 어우러질 때 그 붉은 장엄함이 더욱 아름답다. 뻔한 단조로움보다 불확정적인 다양함에 우리 마음이 더 끌리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변화무쌍한 모습에 내재된 아름다움과 미적 매력은 미술가, 시인, 사진작가 등 많은 사람들에게 예술적 영감을 불어넣어왔다.
이처럼 인류는 감성적으로 구름을 느껴온 것과 함께 이성적으로 구름을 이해하려 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처음으로 구름을 연구하고 수문학적 순환에서 구름의 역할을 다루는 논문을 썼다. 구름에 처음으로 현대적 이름을 붙인 사람은 19세기 초기 아마추어 기상학자인 루크 하워드이다. 그는 1801년부터 1841년까지 런던 날씨 기록을 바탕으로 3가지 형태로 구름을 분류했다. 적운, 층운, 그리고 권운 적운은 '덩어리져 있다'는 의미이며 맑은 날 꽃양배추의 머리와 같은 뽀송뽀송한 흰 소용돌이를 닮은 구름이다.
층운은 정적으로 폭넓게 퍼진 채 우중충한 하늘로 드러난다. 가장 높은 구름은 '깃털 같은'이라는 뜻을 지닌 권운이다. 현재도 하워드의 분류 방법을 기반으로 구름을 발생 위치와 모양에 따라 10가지로 분류하고 여기서 파생되는 다양한 구름들로 나눈다.
이 다양한 구름을 이해하는 것은 날씨를 예측하며 미래 기후변화의 영향을 모델링하고 수자원의 이용 가능성을 전망하는 데 필수적이다.
지난 수십년 간의 구름미세물리 연구, 그리고 항공기, 레이더와 인공위성 관측으로 구름 생성 과정을 이해하게 돼 강수 예측이 가능해졌다. 기후변화 관점에서 구름은 온난화를 조정하는 주요 과정 중의 하나이다. 낮게 깔린 두꺼운 층운은 햇빛을 막아 지구를 냉각시키는 역할을 한다.
반면 높은 권운은 햇빛을 통과시키지만 지상의 열이 우주로 나가는 것을 막아 지구를 온난화시킨다. 해양에서 물이 증발해 구름이 되고 이 구름은 육지에 비를 내린다. 즉, 구름은 물 순환과 물 자원의 전 세계적인 분배에 중요한 역할을 해 우리 삶과 문명을 지속하게 한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는 구름과정을 완전하게 이해하지 못해 강수와 기후 예측에 불확실성이 포함된다. 선진사회일수록 사회시스템이 예측가능하게 돌아가도록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과 함께 그 원인을 분석해 정책의 투명성을 높인다.
이처럼 완벽하게 정확한 날씨와 기후 예측이 불가능하다면 그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과 함께 그 원인을 규명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이 중심에 '구름 이해하기'가 있고 이에 따라 금년 세계기상의 날 주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