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작가회의 4.3 69주년 추념 시화전 '저 백비…'
31일부터 5월 31일까지…도내외 70여명 작가 참여 

"…그까짓 것 아픔도 참지 못하냐고, 내몰지 마라/쫓겨난 눈물은 눈엣가시로 덤불을 이루리라/불쌍한 것! 혀를 차며 떡부터 건네지 마라/울음의 숨구멍이 메면 돌심장이 된다/누군가 울면서 너를 바라볼 때,/네가 그 울음의 주인이 될 때까지 기다려라"(이정록 '누군가 울면서 너를 바라볼 때'중.「사월 어깨너머 푸른 저녁」수록)

불현 듯 '펜'이 일어선다. 사월이다. 문학이란 영역 안에서 세운 '4.3'이란 이름의 위령비를 정성들여 닦고 다시 세운다.

㈔한국작가회의 제주도지회(지회장 김수열.이하 제주작가회의)가 제주 4.3 69주년을 추념하는 시화전 '저 白碑(백비), 일어서는 날까지'를 연다. 오는 31일부터 5월 31일까지 제주4.3평화공원에서 진행하는 시화전에서 작가들은 완전 해결의 그날 채우리라 여백으로 남겨둔 백비를 공들여 어깨에 멨다. '오름 너머 고희를 내다보는 4월'에는 기필코 각명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하나가 됐다.

시화전에는 서울과 인천, 주산, 강원, 전주, 울산, 포항 등에서 답지한 시까지 4.3의 아픔을 공유하고 평화와 인권, 상생의 메시지를 담은 70여점이 전시된다. 모람모람 그 때를, 그 때 이후를, 다시 오늘과 다음을 노래하며 비극적 역사를 위무해 왔던 마음들을 담은 11번째 추념시집 「사월 어깨 너머 푸른 저녁」도 냈다.

31일 오후 5시 4.3평화기념관 2층 전시실에서 열리는 개막식에서는 목소리를 통해 "성산포 터진목에서 바라보는 여명이/저리도 미치도록 황홀한 것은/누군가의 피를 받아 마셨기 때문…"(김광렬 '검붉은 여명 속에서-4.3을 떠올리며'중)이라 주먹을 허옇게 움켜쥐고 "…꽃이라 불렀지만 눈물이라 읽힌다/…/힘겹게 숟가락 하나/눈물 한 술 뜨는 봄"(김진숙 '숟가락을 드는 봄')을 마주한다. 개막식은 출간기념회를 겸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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