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 제주한라병원장

한반도 사드배치 결정에 따른 한·중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국내 관광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무비자 지역으로 인기를 끌던 제주지역도 예외일 수 없다. 특히 제주지역은 중국이 '소비자의 날'인 15일 한국 관광상품에 대한 전면적인 판매 금지령을 내리면서 제주-중국간 항공편의 운항취소가 속출하고 크루즈선의 기항도 사실상 중단됐다. 계절은 봄인데 관광업계에는 때 아닌 한파가 몰아치는 형국이다.

의료관광시장도 마찬가지다. 2015년 기준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환자는 29만7000명. 이 가운데 33%인 9만9000여명이 중국인이었다. 그런데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가 이어지면서 중국인 의료관광객의 발길이 끊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아예 사업 논의조차 힘든 상태다.

이달 초 우리 병원은 의료관광관련 국책사업의 일환으로 중국 북경에서 열린 소규모의 사업설명회에 강원도 모 병원과 공동으로 참석했다. 한한령(限韓令) 분위기가 갑자기 고조되면서 설명회 자체가 무산될 뻔했으나 다행히 예정대로 진행됐다. 사업설명회 때 반응도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현 시국하에서는 어떤 기대도 하지 말라는 것이 중국측 참석자들의 반응이었다고 한다. 

정치적 문제로 촉발된 한·중관계의 갈등이 관광업계를 얼어붙게 했다. 정·관계, 학계 인사들이 토론회와 긴급좌담 등을 통해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신규 시장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 라는 것이 대부분 토론회나 긴급좌담의 대체적인 결론이다. 중국관광객에 지나치게 의존적인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선 시장다변화가 정답이긴 한데 문제는 '어떻게?'이다.

일본과 대만의 사례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일본의 경우 지난 2012년 9월 센카쿠 열도 분쟁이 극심해지면서 중국은 일본여행을 전면중단했다. 이에 일본정부는 비자간소화·엔저 정책·하늘 길 확대 등의 방법을 동원하며 시장다변화를 모색한 끝에 유커 감소 여파를 최소화했다.
대만에서는 지난해 1월 총통 선거결과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민진당의 차이잉원(蔡英文) 후보가 승리하자 중국은 대만 여행금지 등 경제제재를 취했다. 그러자 대만 정부는 해외시장 개척에 대한 인센티브와 비자간소화 등 시장다변화 노력 끝에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 수가 사상 최고인 1070만 명(전년비 2.4% 증가)을 기록했다고 한다.

이러한 사례에서 보듯이 시장다변화를 위한 실질적인 정책수단이 따라야 한다. 또한 시장다변화는 동남아에 국한하지 않고 중동과 중앙아시아 및 유럽 등지로 시각을 넓혀야 한다. 

이번 기회에 고부가가치 관광으로 체질을 개선할 필요도 있다. 지난 몇 년간 연간 200만명이 넘는 중국인 관광객이 제주를 찾았지만 부가가치는 그다지 높지 않았다는 것이 그간의 문제점으로 부각된 바 있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제주는 휴양관광지로 최고의 적지다. 이러한 강점을 앞세워 이참에 고부가가치 제주관광으로 체질 개선하기 위한 지자체와 관광업계의 체계적이면서도 조직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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