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남 사회부차장 대우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정의의 여신 '디케(Dike)'는 신들의 왕 제우스(Zeus)와 질서와 계율의 상징인 '테미스(Themis)' 사이에서 태어난 자매 가운데 한명이다. 정의의 여신 디케는 인간의 삶 속에서 정의의 문제를 관장하는 역할을 했다. 인간의 세상에서 잘못된 판결에 의해 정의가 훼손될 때면 디케는 대한 응징으로 재앙을 내렸다. 디케는 '별의 여신'이라는 의미를 가진 '아스트라이아(Astrae)'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아스트라이아는 황금 시대로부터 은의 시대를 거쳐 청동 시대까지는 인간들과 함께 살았으나 철기 시대에 들어오면서 인간의 타락과 악행을 보다 못해 하늘로 올라가 처녀자리가 됐다고 한다. 로마시대에서 정의의 여신은 유스티치아(Justitia)라고 불리었다. 

오늘날 정의를 의미하는 저스티스(Justice)는 바로 'Justitia'에서 유래됐다. 이집트에는 정의의 여신 마아트(Maat)가 있다. 마아트는 정의 뿐만 아니라 진리와 질서를 함께 상징하는 포괄적인 의미를 나타낸다.

오늘날 전 세계 수많은 법원 앞에는 디케 또는 유스티치아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이들 법원 앞의 정의의 여신상은 대개 한손에는 저울을, 다른 한손에는 칼을 쥐고 있다. 여기서 저울은 개인간의 권리 관계에 대한 다툼을 해결하는 것을 의미하고, 칼은 사회 질서를 파괴하는 자에 대해 제재를 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선악을 판별해 벌을 주는 정의의 여신상은 대개 두 눈을 안대로 가리고 있다. 이는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느 쪽에도 기울지 않는 공평무사한 자세를 지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한민국 대법원에도 정의의 여신상이 있다. 한손에 저울을 들고 있는 것은 여느 국가의 정의의 여신상과 같다. 하지만 나머지 한손에는 칼 대신 법전을 들고 있고 눈을 가리지 않고 있다는 점은 다르다. 

검찰이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27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에 따라 서울중앙지법은 30일 오전 10시30분부터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키로 했다. 

법원이 대법원 앞을 지키고 있는 정의의 여신상이 무색해지지 않도록 공평하고 정의로운 판단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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