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제주관광 '질적 성장으로'] ① 만족도 제고

바가지요금 및 대중교통·언어소통 불편 등 수년째 지적
통역안내사도 유커에 집중…다국적 외래객 유치 걸림돌
높은 물가 근절 등 가격안정화는 업계 '자정 노력' 절실

제주관광은 현재 질적성장의 기로에 서 있다. 지난해 입도객 1500만명 시대를 여는 등 멈춤 없는 양적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저가관광 난립·관광수익 역외 유출·지역경제 낙수효과 미미 등 부작용 또한 날로 심화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시작된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은 중국인 관광객(유커)에 의존해 온 제주관광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양적성장에 따른 부작용을 해소하는 한편 유커 의존도를 낮추는 등 제주관광의 내실을 갖추기 위한 질적성장은 더 이상 장밋빛 청사진이 아닌 반드시 실현해야 할 당면 과제다.

△개선되지 않는 불만족 요인

제주관광의 질적성장을 위해서는 고질화되고 있는 불만족 요인부터 해소해야 한다.

관광객들의 만족도 저하가 지속될 경우 제주는 '관광 1번지'로서의 지위를 상실할 수밖에 없다.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JTO)가 발표한 '2016 제주특별자치도 방문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내국인 관광객 4581명 중 57.5%는 '높은 물가'를 제주관광의 가장 큰 불만족 요인으로 꼽았다.

이어 △대중교통 불편(22.4%) △쇼핑품목 다양성 부족(17.0%) 등이 만족도를 저해하는 불편 사항으로 지적됐다.

외국인 관광객과 크루즈 관광객들은 언어소통과 높은 물가를 불만족 요인으로 지목했다.

문제는 지적된 불편 사항들이 매년 실태조사 때마다 반복적으로 순위에 오르는 등 좀처럼 개선되지 않다는데 있다.

제주관광 경험자들의 만족도가 높아야 재방문율 제고는 물론 '바이럴 마케팅' 등 파급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만큼 도를 비롯한 JTO, 제주도관광협회(JTA) 등 제주 관광당국의 불만족 요인 해소 노력이 절실하다.

△공항 기점 급행버스 투입

지난해 제주를 찾은 내국인 관광객은 1200만명을 넘어섰다. 특히 개별관광객은 1015만3104명으로 전체의 82.8%를 차지했다.

제주 관광당국은 '질적성장 원년'을 선포한 지난해부터 급증하는 내국인 개별관광객들의 수요를 증대시키기 위해 대중교통체계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운전면허가 없거나 낯선 도로환경으로 운전에 어려움을 겪는 개별관광객들에게는 버스 등 대중교통이 유일한 교통수단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도는 오는 8월 시행을 목표로 '대중교통 체계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도는 항공편을 통해 제주에 도착한 관광객들이 도내 주요 관광지로 편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제주공항 기점 12개 노선에 총 89대의 급행버스를 투입키로 했다.

또 구좌읍 송당리 대천동과 안덕면 동광육거리에 각각 동·서부 환승센터를 설치해 주요 관광지들을 운행하는 '관광지 순환형 버스' 16대를 신설키로 했다.

특히 제주 전 지역을 시내버스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버스요금체계를 개편하는 등 도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편리한 대중교통 환경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성 도 교통관광기획팀장은 "관광지 순환형 버스에는 교통관광도우미들이 동승해 제주관광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라며 "전체 버스 대수도 기존 530대에서 797대로 대폭 늘어나 대중교통을 통해 도 전역을 촘촘하게 다닐 수 있다"고 말했다.

△동남아·러시아권 '전무'

외국인 관광객들의 가장 큰 불편사항은 의사소통이다.

28일 도에 따르면 현재 제주에서 활동하는 통역안내사는 총 639명이다.

언어별로는 △중국어 366명 △일본어 239명 △영어 31명 △프랑스어 2명 △인도네시아어 1명으로 태국·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와 러시아어 안내사는 전무하다.

통역안내사 역시 유커에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다국적 통역안내사 부족은 중국 정부의 '방한금지령' 여파에 따른 제주관광의 시장다변화 추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중·일·영어권 외 국적의 관광객들은 제주여행 중 민원이 발생해도 언어소통 불편으로 도움을 요청할 수 없어 제주관광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도는 동남아시아 관광객 유치를 위해 도내 다문화가정을 중심으로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진행하는 등 특수어권 통역안내사를 집중적으로 양성키로 했다.

또 정부에 특수 언어 통역안내사에 한해 가이드 단속을 유예하는 한편 특수어권 통역사 자격증 기준을 완화하거나 제주에서 활동하는 통역안내사들을 대상으로 도 자체적으로 자격증을 발급할 수 있도록 건의했다.

△자발적 동참 절대적

'바가지요금' 근절은 관광업계의 자발적인 동참이 절대적이다.

관광지는 물론 주변 식당과 숙박업소, 렌터카, 기념품점 등 관광 사업체에서 제공하는 상품·서비스의 가격은 각 업체가 자율적으로 정하고 있다.

자율요금제의 특성상 바가지요금에 대한 기준이 애매해 도와 행정시, 도자치경찰단 등의 단속은 사실상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도와 행정시는 바가지요금 근절 등 가격안정화를 위한 방안으로 정기적인 현장 점검 및 지도·교육에 의존하고 있다.

황순실 도 보건위생과 위생관리담당은 "관광객들의 불편사항으로 매년 바가지요금이 지적되고 있지만 상인들의 자율적인 동참이 없으면 근절되기 힘들다"며 "과다한 요금 청구로 관광객들의 피해가 계속된다면 결국 손님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업계 스스로의 자정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고경호 기자
 

[인터뷰] 최일태 서울시관광협회 대외사업본부장

"관광객들의 민원을 신속하기 처리하기 위해서는 민·관의 유기적인 협력이 필수다"

최일태 서울특별시관광협회 대외사업본부장은 "지난 2004년 '관광안심도시 서울' 선포 이후 서울 관광업계에서는 쇼핑·택시 바가지요금 근절 및 관광민원 발생 시 사후 처리의 곤란함을 개선하기 위한 움직임이 추진되기 시작했다"며 "이에 따라 지난 2013년 외국인 관광객들의 부당요금 피해를 현장에서 해결하기 위한 '서울관광불편처리센터'가 설립됐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 관광객들의 민원이 센터로 접수되면 즉시 명예관광보안관과 관광경찰, 움직이는 안내소가 현장으로 출동해 민원 해결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 명예관광보안관은 명동·동대문·남대문·이태원·강남·신촌·홍대 등 '관광특구'에서 영업하는 상인들로 구성됐으며, 주요 업무는 민원 발생시 현장 출동, 외국인 관광객 불편사항 방지 모니터링 등이다.

최 본부장은 "지난달 기준 명예관광보안관은 209명으로 늘어났다. 업계 스스로가 보안관으로서 민원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서울을 찾은 관광객들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특히 부당요금 청구에 따른 손실 보상 재원도 상인들이 자발적으로 조성하는 등 업계 스스로 바가지요금 근절에 주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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