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정 제주시 애월읍 애월리

"제주도에서도 중국기업에 보복할 거라던데. 진짜야? 단교 될지 모른다고 귀국하는 사람도 있어" 

그럴 리 없을 거라고 하면서도 중국 친구가 도청에 확인해달라고 할 정도니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이 갔다.

2012년 베이징에서 일할 때였다. 출근길에 대사관 지역을 지나곤 했는데 반일시위대 때문에 꿈쩍도 하지 않는 버스 안에서 한 중국인이 필자에게  일본인이냐고 물어서 아니라고 대답하고 안도의 한숨을 쉰 적이 있다. 택시에서 다짜고짜 일본인이면 내리라고 한 적도 있다. 얼마나 흉흉했는지 유학생활에 들떴던 한 일본인 친구는 입학하자마자 기약 없는 귀국을 했다. 필자는 그나마 걱정해주는 중국 친구들이 있어 그 시기를 무사히 지나갈 수 있었다.

한중 수교 25주년, 관광금지령까지 내리는 중국을 보며 너무하다는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다. 한중수교는 왜 했을까. '대한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의 외교관계 수립에 관한 공동성명'을 보니 총 여섯 개 중 두 개 조항이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관한 것이었다. 하기야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를 외쳤다는 이승복 어린이 동상을 보며 공산주의 국가를 적대시하던 필자가 중국에서 일을 한 걸 보면 상호 이해 증진이 됐고 중국을 거쳐 북한으로도 한류가 전해졌으니 애초 목적을 어느 정도 달성한 것 같다. 

주말에 한림공원에 갔다가 1995년 중국 장쩌민(江澤民) 주석 휘호가 있는 기념석과 2000년 제3차 남북장관회담 기념 남북한 단장이 공동 식수한 '평화와 번영의 나무'를 봤다. 아, 제주도는 평화의 섬이지. 이번 위기를 촛불시위처럼 평화롭게 대처해나가면 어떨까. 가족이 걱정하고 있을 주제주 중국인과 제주에 호감을 느껴 여행 온 중국인 관광객에게 평화의 미소를 건네는 것이다. 평화의 섬 제주도에서 나온 메시지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 세계인이 함께 평화통일을 염원해주는 날이 오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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