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원학 제주생태교육연구소장·논설위원

한라산 백록담 남벽탐방로가 내년에 재개방을 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다. 탐방로를 폐쇄한 지 23년 만에 개방되는 일이어서 관심과 기대 그리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성판악탐방로에 집중되는 탐방객들의 분산과 남벽일대의 경관적 가치를 공유하려는 입장에서 재개방의 준비를 하고 있는데 이는 한라산국립공원 다섯 개의 탐방로 명품화를 통해 한라산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이를 통해 한라산 천년대계의 초석을 마련하고자 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남벽탐방로는 탐방객의 집중으로 사면이 붕괴되는 끔찍한 일이 발생해 정상탐방을 폐쇄했던 곳으로 지형지질학적 요소들이 매우 민감해 과거의 전철이 되풀이 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다.

백록담은 조면암과 현무암으로 구성돼 있는데 남벽, 서벽, 북벽은 조면암으로 이뤄져 있어서 300m가 넘는 수직의 절벽이며 동릉은 현무암지대로 완만한 지형적 경사를 갖고 있는 곳이다. 백록담의 조면암은 기계적 풍화작용이 발달해 쉽게 무너지는 특성을 보이고 있어서 낙석 등의 위험요소가 산재한 곳이며 탐방객의 접근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지역이다. 

한라산 백록담에 대한 이해가 적은 일반인들의 시선에서 조면암 지대에 관한 과학적인 원인규명을 통해 널리 알리는 일이 필요한 일이지만 한라산 백록담 조면암의 물리적 특성에 관한 연구도 반드시 진행돼 한라산을 보호관리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으로 본다.

동릉의 현무암지대는 정상부의 돌출암괴에 대한 안전진단과 탐방객의 집중으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헤아리는 학술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과거 몇 차례 예기치 못한 붕괴사고가 발생한 것을 거울삼아 백록담을 다시 들여다보는 혜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렇듯 백록담의 지구과학적인 부분들을 기초로 해서 우리가 얼마나 많은 탐방객들을 백록담으로 초대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임은 분명하다. 

특히 현무암과 조면암이 만나는 남벽탐방로는 지질학적 구성이 복잡해서 좀 더 세밀한 연구가 필요하고 탐방로의 구획 시에도 지질학적인 정밀조사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남벽탐방로의 재개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이러한 것들에 대한 명확한 규명을 요하는 것으로 이는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는 수준이 돼야 한다.

남벽탐방로 재개방으로 인해 우려되는 일이 떠오른다. 탐방객들의 집중현상이다. 23년만의 재개방이라는 구호는 남벽에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향후 몇년간 집중될 것은 불을 보듯 명확하다. 

이러한 일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도 탐방로 개방 전에 제시돼야 할 일이다. 백록담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탐방로가 누를 입히는 일이 발생한다면 이는 두고두고 후회할 일이기 때문이다.

현재 백록담으로 이어지는 탐방로는 성판악 관음사이며 남벽탐방로가 재개방되면 세군데 탐방로를 통해 백록담에 오를 수 있는 데 이를 예상한 백록담 탐방객 적성인원수를 파악하는 일이 급선무이다. 한라산 백록담의 물리적수용력도 고려해야 하며 특히 생태적수용력의 한계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

백록담 탐방은 사전예약제와 입장료를 징수해 보호·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이를 통해 탐방로의 재개방 명분을 확보하고 우려의 목소리에 대한 선제적인 대안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립공원의 범주와 세계자연유산의 독립적 지위를 활용해 우리가 한라산만이 갖고 있는 훌륭한 보호제도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남벽탐방로 재개방이 한라산의 명품화를 만드는 좋은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