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서 韓여고생 무릎에 앉고 뒤통수 가격
공안당국 수사…중국내 한국인 신변안전 비상

중국 현지에서 한국인 여고생이 중국인에게 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해 외교부가 상황 파악에 나섰다.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로 중국내 혐한 기류가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에 체류하는 한국인들의 신변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주 상하이 대한민국 총영사관은 지난 27일 중국 상하이시 민항구(闵行区)의 한 시내버스에서 한국인 여고생 A양(17·제주)이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성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다고 28일 밝혔다. 신고를 접수한 중국 공안당국은 수사를 벌이고 있다.

A양의 보호자 등에 따르면 A양은 이날 오후 5시께 학교에서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 탑승했다가 봉변을 당했다. 20대 후반으로 추정되는 중국인 B씨가 A양이 앉아있는 좌석으로 다가와 갑자기 무릎 위에 앉은 것이다. 화들짝 놀란 A양이 자리를 옮기려 하자 B씨는 A양의 뒤통수를 한 차례 가격했다. A양이 돌아보자 B씨는 "조용해라. 난 한국말을 배우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A양이 주변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려하자 B씨는 다음 정류장에서 하차했다. 사건 직후 A양은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안정을 취하고 있지만 극도의 불안감을 호소하며 혼자 통학조차 하기 어려운 상태다. 

A양의 보호자는 "버스에 탑승할 때 아이가 한국말을 쓰니까 의도적으로 접근해 폭행과 성추행을 한 것 같다"며 "요즘 마트에서도 한국 상품을 빼는 등 혐한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데 이번 사건으로 안전에 대한 공포까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영사관 측은 A양의 보호자와 함께 중국 공안당국을 찾아 사건을 접수하고 한국인들의 신변안전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공안당국은 버스 내 폐쇄회로(CC)TV에 찍힌 인상착의 등을 토대로 B씨의 신원을 행적을 쫓고 있다.

영사관 관계자는 "정확한 범행 동기는 수사 과정에서 밝혀질 것"이라며 "아직까지 혐한 감정을 직접적인 범행 동기로 단정짓기는 이르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한편 주 중국 대한민국 대사관은 한중갈등이 고조됨에 따라 지난 10일 '재외국민 신변안전 긴급 공지'를 통해 사드 관련 시위 장소에 접근하거나 중국인을 자극하는 행동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또 지난 8일 "한국인 집단폭행 등 유언비어가 소셜네트워크(SNS) 등을 통해 유포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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