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형 정치부차장

흑백논리의 사전적 의미는 모든 문제를 흑이 아니면 백 또는 선이 아니면 악이라는 방식의 두 가지로만 구분하려는 논리다. 두 가지 극단 이외의 것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 편협한 사고 논리를 말한다. 흑백논리와 대비되는 단어는 중용을 들 수 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중용을 '지나치거나 모자라지 아니하고 한쪽으로 치우치지도 아니한, 떳떳하며 변함이 없는 상태나 정도'라고 정의하고 있다. 

제주도가 개발과 보존을 놓고 시끄럽다. 제주가 지켜야 할 가치가 청정이란 것을 부정할 도민은 없다. 하지만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은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일리는 있다. 제주도가 핵심 가치로 내세운 청정과 공존은 지속가능한 발전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지속가능한 발전은 자연의 수용 한계를 넘지 않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범위에서 개발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미래 세대를 위해 남겨야 할 것은 남기고, 개발하더라도 자원이 고갈되거나, 자연이 수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제주도가 29일부터 공공하수관로 연결 의무화 등을 담은 제주도 도시계획 조례개정안을 시행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개발과 청정, 공존 등을 위한 원칙에는 도민들이 동의한다. 그러나 사유재산권 침해, 도심과 농촌 지역에 대한 행정의 형평성 문제, 도민에게 행정의 책임을 전가한다는 비판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제주도가 막고자 하는 난개발은 중산간 지역에서 이뤄지는 대규모 개발행위일 것이다. 대규모 개발을 차단한다면서 도민들까지 싸잡아 자연을 훼손하고, 지하수를 오염시키는 주범으로 몰고 가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제주도는 '일괄처리팀'이란 부서를 운영하는 등 투자유치에 혈안이었다. 인허가 절차를 일사천리로 진행해 기간을 얼마나 줄였느냐가 홍보 대상이었다. 대규모 개발 사업을 앞다퉈 유치했던 행정이 도민들에게 제주 가치를 지키기 위해 더는 개발하면 안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원 지사가 강조하는 협치는 중용의 의미와 가깝다. 제주도가 청정만 '선'이고, 개발은 '악'이란 흑백논리보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중용의 덕을 실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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