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성 전 제주도의회 의장·논설위원

무정세월이라 하지만 거침없이 흘러가는 시간과 시대의 변화를 보며 금석지감(今昔之感)을 금치 못한다. 3월10일  국민의 직접선거로 뽑힌 대통령의 탄핵인용과 구속 보도를 접하며 이 나라 민주주의의 성숙한 일면과 가슴 아픈 착잡함으로 매우 혼란스럽다. 그러나 이 순간에도 온 도민이 심히 우려하는 것은 혼돈의 정국, 사드보복 으로 인한 경제침체, 청년실업, 소득양극화, 안보불안 등이다. 이 전대미문의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탁월한 리더십과 실사구시(實事求是)의 행정력과 도민 역량결집이 관건이라 할 것이다. 

화목한 가정, 함께하는 이웃이 도민화합의 초석이며 미래인 것이다. 얼마 전 아파트 단지 입구 슈퍼에서 실제 있었던 일이다.  퇴근 후 직장 동료와 소주로 하루의 스트레스를 풀고 저녁 11시경 귀가길에 기다리는 가족을 생각하며 단지 입구 슈퍼에 들렀다. 때마침 나오는 손님과 어깨가 부딪쳤고 몸싸움 직전까지 갔다. 막 주먹이 나가려는 순간 "아, 당신 많이 본 얼굴인데 어디 사느냐"고 묻자 "이 아파트 몇 동 몇 호에 산다. 그러는 당신은" "나는 아래층인데" 서로 머쓱해진 두 남자는 아니 한 지붕 위, 아래층에 살면서 서로 모르고 싸운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그래서 2차를 가게 됐고 그 날 이후 지금은 다정한 이웃으로 살아가고 있다.

같은 라인 벽체 하나를 사이에 둔  이웃이지만 성도 이름도 고향도 직장도 모른다.  출입문과 마음의 문이  모두 닫혀있는 아파트. 이웃이면서도 이웃인줄 모른 체 살아간다. 날로 늘어가는 이주 정착민과 기존 주민과의 소통과 화합도 시급한 과제다. 더욱 염려스러운 것은 날이 갈수록 급격히 변해가는 주거형태다. 지난해 제주도민 주거 유형은 단독 주택 43%, 아파트 32.4%이며 아파트 수요는 여전히 증가 추세라 한다. 마음이 닫혀있는 아파트 문화는 기회와 행운은 물론 화합을 막아버리는 폐쇄의 문화다. 특히 혼밥·혼술·혼쇼 ·혼영 등 나홀로 문화가 새로운 트랜드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절로 마음이 굳어진다.

원 도정이 출범하면서 도정운영의 핵심으로 내세운 협치는 여수(與受)가 원활한 사회공동체를 이상으로 한다고 봐야 할 것이다. 

협치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 주체가 누구이며 자랄 수 있는 토양에 대한 바른 인식이 있어야 한다. 협치가 도민의식에  확고히 착근하기 위해서는 정책이 고위공직자로부터 일선 서민에 이르는 통로가 원활해야 한다. 소수 전문가 집단의 우월주의 적 독선에 머물러서는 공허한 메아리로 끝날 수밖에 없다. 도민 화합과 협치의 성패는 정책에 대한 일반서민의 이해와 적극적인 지지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가 심각하게 고민하고 성찰해야 할 것은 '불통의 이웃을 소통의 이웃으로, 무정한 이웃을 정감이 흐르는 유정한 이웃'으로 '나홀로가 아닌 함께하는 사회'로 물꼬를 바꾸기 위한 좌표를 설정하는 일이다.  이는 이 시대가 감당해야 할 최선의 과제인 것이다. 

멀어져만 가는 이웃, 나홀로 문화를 시대의 흐름으로 생각하고 방임해서는 안된다. '이웃의 날'은 나 혼자만의 삶에서 함께하는 삶으로 생각과 행동을 바꾸며 나와 이웃이 하나되는 상생과 감사의 날이 돼야 한다.

좋은 이웃들이 자율적인 참여로 다양한 의견을 집약해 지역발전의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이웃의 날'은 협치가 무성하게 자랄 수 있는 토양이다.

'이웃의 날'은 소통과 화합으로 대립 갈등을 녹이는 용광로인 동시에 위기 극복의 힘과 미래 동력을 창출하는 온상(溫床)이 돼야 한다. 

세계를 지향하는 특별자치도 2기 관제 반상회가 아니라 주민이 주도하는 '이웃의 날'로 새 출발해야한다. 선조들이 이 땅을 지켜온 수눌음 정신을 '이웃의 날'에 담아 이 시대 위기극복의 에너지로 미래의 동력으로 발전시켜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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