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태민 제주도의회 의원

제주도는 주민의 복지증진과 지역사회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지방공기업인 개발공사, 관광공사, 에너지공사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공사가 제주도의 도시개발, 관광, 에너지의 발전을 위해 설립됐음에도 과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는 한 번 심도 있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제주도개발공사의 핵심 사업 삼다수의 점유율은 현상유지에 급급한 실정이고 제주관광공사는 지정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으나 제대로 된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한 제주도 카본프리아일랜드 비전을 이끌어 가고 있는 제주에너지공사는 공공주도풍력발전 사업 추진 이후 1년 반이 넘도록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는 제주도가 지방 공사를 설립만 하고 방관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으며 공사의 설립 목적과 특성을 살려 활성화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필자는 제주도 공사들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각 공사의 설립 취지 및 조례에 따라 사업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며 각 공사의 역할에 대해 제안을 드리고자 한다. 

첫째, 제주도개발공사는 택지개발, 공공임대주택 사업 등 도시개발을 위한 사업에 진출해야 할 것이다. 제주도가 그동안 택지개발과 공공임대주택 건립을 한국토지개발공사에 전적으로 의존하다 보니 준비된 택지도 없고 공공임대주택의 부족 등 난개발을 부추기고 주택난이 심화됐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비록 늦은 감은 있지만 제주도개발공사의 주도적인 역할을 통해 지구단위계획과 소규모 택지개발에 참여하는 것이 난개발을 방지하고 제주도내 주택난을 해소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특히, 개발공사가 사업시행자 역할만 제대로 해도 개발 이익의 외부 유출을 방지할 뿐만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 도 확보될 것이다.

둘째, 제주도는 제주항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터미널 관리를 위해 가칭 제주해운항만물류공사 설립을 추진 중이나 국가소유의 시설물을 관리·운영하는데 있어 한계가 발생할 수 있다.
크루즈 관광객 효율적 관리 측면이라면 시설물 관리와 크루즈 관광을 분리해서 크루즈 관광산업을 관광공사로 이관해 관광면세점업과 연계해서 새로운 수익 사업을 발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새로운 공사를 설립하는 것보다 더 효율적이라 생각한다.

셋째, 제주에너지공사의 역량 강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제주도가 충분한 고민을 하지 못한 채 실현 가능성 제로에 가까운 공공주도형 풍력발전사업 추진에 대한 재검토를 해야 한다. 

통상 해상풍력발전 사업의 경우 100개발 시 사업비는 약 50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목표치 386를 추진할 경우 1조9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음에도 제주에너지공사가 이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에 대한 대책이 전무한 상황이다. 제주에너지공사의 현재 자본금 규모는 약 726억원 수준으로 출자 가능 최대 금액은 73억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러한 제한적 상황에서 에너지공사가 SPC구성 등 공동 출자 형식으로 추진되는 합동개발방식의 경우 적절한 지분을 확보할 수 없어 사업 추진을 주도적으로 이행할 수 없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

최근 제주도는 제주도개발공사 수권자본금을 5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증액하고 있다. 이는 공사의 자본 조달기동성과 편의성이 확보된다는 장점이 있어 신규 사업 진출을 위해서 필요한 조치다. 제주에너지공사 역시 처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제주도는 기업 논리, 성과 중심의 평가보다는 도민 삶의 질에 기여하는 공익적 기여도에 대해 평가의 우선순위를 둘 필요가 있다. 앞으로 제주도 대표 공사들의 역할을 재정립해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과 관리·감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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