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석 사회부차장 대우

가치를 말할 수 없는 소중한 것을 무가지보(無價之寶) 또는 무가보주(無價寶珠)라고 부른다.

무가지보는 '값을 매길 수 없는 보물'이라는 의미다. 무가보주는 '무한한 가치를 지닌 보석'이라는 말이다.

옛날에 한 청년이 친구에게 보석을 선물했다. 친구는 혹시 도둑이라도 맞을까봐 친구가 자는 사이에 옷 안쪽에 넣고 바느질을 해서 보석을 잘 감춰줬다. 

그런데 이 친구가 아침 일찍 길을 떠나는 바람에 보석을 어디에 뒀는지 말해주지 못했다.

이에 긴 세월 친구는 가난하게 살면서도 옷 속에 보석이 있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렇게 힘들게 살아가다가 오랜만에 두 사람이 다시 만난 뒤에야 그 친구가 항상 보석을 품에 지니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 예화는 법화경에 나오는 '무가보주, 무한한 가치를 지닌 보석'이라는 이야기다.

서귀포시청 청사내에 한국 서예계의 거목 고(故) 소암 현중화 선생과 '폭풍의 화가' 고(故) 변시지 화백 등 서귀포 지역을 대표하는 예술가들로부터 기증을 받은 작품이 전시돼 있다.

시는 올해 초부터 서귀포시 1청사 1층 민원실 입구 벽면에 변시지 화백의 '정방폭포(작품크기 가로 3m50㎝, 세로 2m20㎝)' 작품을, 2층 현관에는 소암 현중화 선생의 '垂釣(수조) 낚싯대를 드리우고(가로 5m70㎝, 세로 1m75㎝)' 작품을 전시 중이다. 이 두 작품은 한국미술사에서 최고 절정을 빛낸 작품으로 값으로 따질 수 없지만 작품 보호를 위한 시설을 하지 않고 있다.

서귀포시는 문화도시 조성사업 3년차인 올해 단계적인 변화를 시도하는 등 품격 높은 문화도시 조성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히고 있다. 또 사업비 5억원을 들여 이중섭 원화작품 구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가지고 있는 뛰어난 예술작품을 홀대하고 있는 게 품격 높은 문화도시를 표방하는 서귀포시의 민낯이다. 

한국미술사에서 최고 절정을 빛낸 작품으로 값으로 따질 수 없는 '무가지보', '무가보주'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서귀포시는 정작 이를 모르는 것 같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먼저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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